스페셜 앨범 들고 내한 공연 한 뉴에이지 듀오 ‘시크릿 가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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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팬을 위한 스페셜 앨범을 발표한 뉴에이지 듀오 시크릿 가든. 왼쪽부터 피오뉼라 쉐리(바이올린), 롤프 러블랜드(피아노·작곡·프로듀서). 이들은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한국 팬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음표에도 색깔이 있을까. 어떤 음악은 음표의 배열만으로 마음 한 켠에 화사한 그림을 그려낸다. 음표의 붓으로 그린 화폭이 음악이라 치면, 이들의 음악은 투명한 수채화를 닮았다. 노르웨이 뉴에이지 듀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롤프 러블랜드(Rolf Lovland·피아노, 작곡, 프로듀서)와 피오뉼라 쉐리(Fionnuala Sherry·바이올린)로 구성된 이 듀오는 1995년 데뷔 이후 아리따운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매혹적인 선율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한(恨)의 정서와도 통하는 애절한 음색은 한국 팬의 음악적 취향을 제대로 자극했다. ‘녹턴(Nocturne)’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 이들의 대표곡은 우리 드라마·CF 등에 단골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 팬의 유난한 사랑을 받은 만큼 이들 역시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다. 데뷔 직후인 96년 첫 내한 공연을 했고, 지금까지 모두 아홉 차례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선 매번 다른 에너지와 열기가 느껴져요. 반응이 매우 즉각적이죠.”(피오뉼라)

이들은 이달 초(6~10일)에도 서울·인천·군포 등에서 내한 공연을 펼쳤다. 그 즈음 스페셜 앨범 ‘시크릿 가든 위드 스페셜 게스트(Secret Garden with special guests)’도 함께 선보였다. 기존 연주곡에 가사를 붙인 노래 12곡을 담았는데, 보너스 트랙으로 소프라노 신영옥과 팝페라 가수 카이가 부른 우리말 노래 두 곡을 별도로 실었다. 특히 카이가 부른 ‘운명의 연인에게’는 시크릿 가든이 이번 앨범을 위해 새로 작곡해 연주한 곡이다. 한국 팬을 위한 특별판인 셈이다.

“카이는 매우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녔습니다. 우리가 만든 곡을 한국어로 불렀기 때문에 한국 팬들과 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롤프)

시크릿 가든은 데뷔 이후 주로 연주곡을 발표했다. 노랫말로 직접 말을 걸기 보다는 멜로디로 속삭이는 방식을 택했다. “언어가 없더라도 멜로디가 스스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들은 95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연주팀으로선 처음으로 우승했고,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곡을 쓸 때 멜로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멜로디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거죠.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면 시크릿 가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될 거라 믿어요.”(롤프)

하긴 시크릿 가든의 멜로디에 빠지면 마음이 가라앉고 아름다운 전원이 슬쩍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힐링 송(Healing song, 치료 음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음악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로하는 것’(피오뉼라)이란 생각이 이들 음악의 밑바탕이다. 듣는 이의 마음마저 치유하는 음악이라니!

“치유를 목적으로 만들진 않지만 우리 음악이 팬들의 마음까지 건드린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죠.”(롤프)

때로 ‘시크릿 가든’이란 강력한 브랜드는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워낙 음악적 색깔이 분명한 탓이겠지만, 달리 보면 십수년째 유사한 음악만 고집한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마음을 주무르는 음악을 해온 이들, 특유의 맑은 눈빛으로 답했다. “오케스트라와의 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만 우리 음악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아요.”(롤프)

글=정강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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