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국내예술계에도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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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테러 대참사의 불똥이 문화예술계로도 옮겨 붙었다.

이달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예정됐던 공연.전시 계획이 줄줄이 취소 또는 재검토되고 있으며, 미국 공항 폐쇄로 한국과 미국간 예술가.예술품의 왕래도 발이 묶여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4일 보스턴을 시작으로 북미 순회공연에 들어간 '난타' 는 테러 참사의 여파로 지난 11일 밤 보스턴 공연을 취소했다. 12일 밤에는 공연을 치렀으나 관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난타' 제작사인 PMC(대표 송승환)측은 그러나 "오는 25~30일로 계획된 뉴욕주 버팔로시 공연 등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뉴욕 한인회 주관으로 오는 23일 열릴 예정인 맨해튼 거리 퍼레이드는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 한국문화원도 10월 1~26일 국내 요리사 2명을 초청, '한국음식 페스티벌' 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다.

'뉴 밀레니엄 포스 파운데이션' (대표 안재철)은 15일 텍사스 포트후드의 미 육군기지에서 현지 예술인 및 공연단체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 무대를 꾸미려 했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아 개최를 재고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청담동 박영덕화랑과 카이스갤러리의 20~24일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 참가 일정이 영향을 받고 있다. 박영덕화랑은 공항 폐쇄로 작품들이 국내로 되돌아왔고, 카이스 갤러리의 작품은 미국 세관에서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박영덕화랑은 "주최측은 행사가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작품도 보내지 못한 상태라 현지에 계속 문의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카이스 갤러리는 10월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와 큐레이터를 초청, 초대전 '고스트 월드' 를 열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현지와 연락이 두절돼 더이상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음악계에서는 16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독주회를 열 예정인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니나 코토바(30)의 연주회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코토바는 미국의 항공기 운항 전망이 확실치 않아 내한공연 여부가 불투명할 것 같다는 내용의 e-메일을 12일 주최사인 프로아트측에 보내왔다.

미국내 자체행사가 차질을 빚고 있음도 물론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뉴욕 링컨센터, 워싱턴 케네디센터의 공연 등 테러의 직접 피해를 본 뉴욕.워싱턴의 공연은 물론이고 LA등 여타 도시의 행사도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이던 라틴 그래미상과 에미상이 무기 연기됐고 LA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잠정폐쇄됐다.

LA오페라 예술감독 플라시도 도밍고는 "참사를 목격한 관객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을 것" 이라며 12일로 예정된 '로엔그린' 개막공연을 취소했다.

테러 참사로 프로그램을 바꾼 공연단체도 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는 시카고심포니(지휘 다니엘 바렌보임)는 사고 당일 말러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하기 직전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 를 연주함으로써 애국심을 발휘했다.

조현욱.이장직.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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