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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관련업체 밀집 송탄공장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장비인 식각기(에처) 등을 만드는 평택 송탄공단 ㈜IPS 생산라인. 3명의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보며 장비 점검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일거리는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준 상태.

지난해엔 7~8대의 장비가 라인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엔 물량이 절반 이상 줄어 라인 여기저기에 빈 공간이 많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발주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삼성전자마저 시설 투자를 줄여 올 매출액은 지난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 라고 밝혔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올 시설투자 규모를 크게 줄임에 따라 반도체 장비 및 각종 원자재 공급업체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시설투자비 2조2천억원을 삭감, 이들 업체의 속앓이는 갈수록 더해 가고 있다.

10여개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는 평택 송탄공단 내 피에스케이테크는 이달부터 공장 가동을 거의 중지한 상태다.

웨이퍼에 붙은 이물질을 없애는 감광액제거기(에셔)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이미 수주받은 물량을 모두 공급했지만 더 이상 일감이 없어 고민이 태산같다.

회사측은 "생산이 없는 기간에 연구개발에 치중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좀더 지속된다면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이닉스에만 장비를 공급해 온 회사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웨이퍼에 화학물질을 입히는 장비를 생산하는 아펙스의 경우 지난해 하이닉스에 두 대를 공급한 후 올해는 일감이 바닥났다.

"하이닉스에 올해 3~5대를 공급하기로 돼 있었는데 전면 백지화됐다" 며 "삼성전자 등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외국계 회사도 마찬가지다. 50억~60억원대의 고가장비인 이온주입기 시장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베리안은 본사 수입물량 이외에도 매년 7~8대를 한국에서 제작해 왔지만 올해는 물량이 3분의 1로 줄어 자체 생산은 중단했다. 이에 따라 송탄공단 내 이 회사 공장은 운송장비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 뿐 썰렁하기만 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시설투자 축소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관련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주성엔지니어링.케이씨텍 등 선발업체들의 경우 일찍부터 해외진출을 시도, 최근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IPS의 경우 해외업체와 제휴해 판매대행방식으로 수출을 모색하고, 피에스케이테크도 올 초부터 수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계약 단계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원은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작업이 늦어지거나 자금지원이 중단될 경우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중복된 1백50여개 관련 장비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자칫 반도체산업 전체가 위기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평택=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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