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돈 많은 외국환자 유치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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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정부가 중국 등 외국의 부유층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비자 신설을 검토하고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한국·인도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후생노동상은 의료비자 신설을 6월 발표될 정부의 ‘신성장전략’에 후생노동 분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조만간 법무성과 외무성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의료비자를 받아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환자는 의료기관의 증명서만 있으면 자유롭게 체류기간을 늘릴 수 있다.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재입국할 때의 절차도 간소화된다. 외국인이 안심하고 일본의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의료기관의 의료 서비스 수준을 보증하는 인증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높은 의료수준이 검증되고 통·번역 요원을 확보하는 등 외국인 환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갖춰진 병원을 ‘외국인 수용 의료기관’(가칭)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관광청 등과 연계해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통·번역 요원 양성도 검토 중이다.

현행 단기체재 비자로는 최대 90일까지만 일본에 머물 수 있다. 검진결과 장기 입원이 필요하면 체재기간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질병에 따라서는 연장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일 정부는 일본 병원들이 자기공명화상장치(MRI) 등 의료장비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시경 수술 등 첨단의료 기술을 이용한 치료나 건강검진 등을 희망하는 외국인 환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공동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최근 ‘국제 의료관광 조사사업 보고서’를 마련했다. 보고서는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러시아·중국 시장을 겨냥한 국가 차원의 의료홍보 활동을 제안했다. ▶잠재 고객층에 대한 직접 홍보 ▶현지 언론보도 활용 ▶해외 의료기관과의 교류 제휴관계 구축 등이다. 경제산업성은 올 들어 싱가포르·태국·중국·러시아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각각 ‘평균적인 의료서비스 수준은 일본이 세계 최고’ ‘모스크바·한국 등의 의료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일본은 경쟁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관광청은 지난달 30일 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과 함께 의료관광 정책 추진을 위한 ‘관광연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외국인 환자의 입국·유치환경 등의 업무는 관광청이, 진단서 번역과 통역을 담당할 ‘의료언어 인재’ 육성은 경제산업성이, 의료기관의 질적 향상은 후생노동성이 분담하는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했다. ▶건강검진 ▶치료 ▶미용 등 분야별로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패키지도 연구하기로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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