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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일본' 경제추락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본이 급격한 노령화로 경제활력을 잃어 21세기 중반 이후에는 경제대국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장기 세계인구추세-지정학적 전망 재형성'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 오는 2050년이면 15~64세의 경제활동가능인구가 지금보다 37%나 감소해 노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7일 교도(共同)통신이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 "경제인구 노령화와 함께 경제침체마저 지속돼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본은 현재의 경제대국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놓이게 될 것" 이라면서 "일본은 오는 2010년까지 또 다시 '10년간의 불황' 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정보기술(IT).생명공학 등 젊은층의 두뇌와 기술에 많이 의존하는 신산업이 21세기 경제를 주도해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노령화는 이같은 '신경제'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령화와 함께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 사회복지비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최근의 주가하락으로 연.기금의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일본 정부가 젊은층의 부담을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자원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균열현상의 하나로 지적됐다.

CIA 보고서는 또 노령화가 안보체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침체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일본이 대외원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입김을 행사하는 종전의 '재정지원 외교' 를 포기하고 안보를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2050년이면 현재의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약 3억명에 이르고 이는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 이라면서 "그때가 되면 정치적 불안도 심화하고 급격한 문화적 변화가 일어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CIA 보고서는 미국 정부 자체 통계와 외국정부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통계 자료를 기초로 지난 7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일본무역진흥회가 공동 실시한 고령화 국제연구에서는 이자 및 투자수입으로 생활하는 노인인구가 세계적으로 늘어날수록 이들을 위한 연금 및 헤지펀드의 규모가 커져 국제금융시장에서 새로운 혼란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고령화가 각국의 금융개방 추세와 맞물려 1997년의 동남아 금융위기와 비슷한 환경을 쉽게 조성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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