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엄마는 언제나…'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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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기자는 요즘 휴일에도 정신이 없다.

싱크대며 옷장이며 조금만 틈이 보이면 안에 들은 걸 모두 끄집어내 거실 하나 가득 늘어놓는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니 혼내거나 타이르는 건 포기다.

그래놓고 헤죽 웃는 아이를 보면 오히려 덩달아 웃음을 짓기 일쑤다. 또 시도 때도 없이 바깥으로 나가자고 성화를 해 데리고 나가면 벌써부터 엄마 손을 뿌리치고 뒤뚱대며 달려가는 폼이 위태위태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졸음이 오거나 배고프기까지 도대체 다시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안한다.

그런 게 엄마와 아이의 일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항상 반복되는 그 모습을 아이들은 좋은 그림책을 통해 보며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위 스테디셀러라는 그림책들을 보면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기발한 내용보다도 아이와 엄마의 그런 단순한 행동이나 심리를 섬세히 묘사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신간 『엄마는 언제나 네 친구야』가 그렇다.

날이 어두워졌으니 이제 자러 돌아가자며 손을 끄는 엄마 여우와, "엄마랑 친구 안 할래요" 라고 떼를 쓰며 쪼르르 풀밭으로 도망치는 아기 여우간의 '뻔한' 줄다리기가 절로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낸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삽화도 글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엄마와 아이가 먹고 놀고 쉴 때의 각각 다른 스타일과 방법을 고미 타로 특유의 단순한 그림과 언어로 보여주는 『엄마는 이런 게 좋아』 『난 이런 게 좋아』(베틀북)도 그런 부류의 책이다.

얌전히 옷을 벗어 곧장 빨래 바구니에 담는 엄마와 양말을 벗어 냄새를 맡으며 익살스럽게 웃는 아이, 어항 속의 작은 물고기를 보며 흐뭇해하는 엄마와 상자 속에 흙과 지렁이를 담아와 즐거워하는 아이….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고 한 장 한 장 넘겨 보자. 상황마다 바탕색들을 맞춰놓는 등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며 책을 좋은 장난감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려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도 엿보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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