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받은 의사·약사도 처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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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죄’ 관련 법률 개정안이 23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사나 약사도 똑같이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달 말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0월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의사나 약사의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어 대신 형법상 배임수재혐의가 제한적으로 적용돼 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개정안 등 쌍벌죄 관련 법안을 의결했다. 복지위에는 해당 법안들에 이해관계가 얽힌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이 많아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임위를 거친 만큼 남은 절차인 법제사법위원회(27일)와 본회의(28일 또는 29일) 통과는 무난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개정안 속 처벌 규정이 많이 약화돼 논란이다.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였으나 시민단체 등에선 “효과가 의심될 만큼 내용이 바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복지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약사는 적발 시 ‘1년 이내 자격정지’의 행정처분과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 처벌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의원 입법으로 제출된 원안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형사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수수한 리베이트 액수의 50배를 물리는 과징금 조항도 삭제됐다. 반면 원안에는 없던 ‘처벌 예외조항’들이 추가됐다.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 설명회 ▶기부 행위 등은 리베이트 제공 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노조 등의 모임인 ‘건강사회를 위한 시민연대’는 이날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바뀌어버린 내용은 입법취지에 반하거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건강연대는 특히 ‘백마진’으로 불리는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이 리베이트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백마진’은 제약사나 도매상이 약국·병원 등에 약품을 공급하면 통상 1년 뒤에 약값을 받지만 대금을 빨리 주면 약값을 일부 할인해주는 것을 말한다. 복지위에서는 이를 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금융비용’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건강연대는 “약제 마진을 금지한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불법행위”라며 관련 조항의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박하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예외조항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쌍벌죄의 취지는 충분히 살렸다”며 “제약계와 의료계의 풍토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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