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금강산 남측 자산 몰수는 북한의 자해 행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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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위장간첩 남파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어제 북한은 또 하나의 초(超)강수로 우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정부 소유 5개 부동산을 몰수하고, 민간 소유 부동산을 전면 동결(凍結)하는 벼랑 끝 조치를 취했다. 민간 측 관리인원들도 전원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12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합의와 계약을 무시한 북한의 일방적 조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북한의 발등을 찍게 될 공산이 크다.

어제 북한이 몰수한 부동산은 550억원을 들여 건설한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문화회관·온천장·면세점 등 남한 정부와 관광공사 소유 자산들이다. 이달 초 이들 자산을 동결한 데 이어 몰수까지 한 것이다. 북한은 또 현대아산이 소유한 금강산호텔·외금강호텔 등 2263억원의 자산과 에머슨퍼시픽이 투자한 골프장, 일연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패밀리비치호텔 등 36개 민간기업의 총 32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번 조치로) 남조선 인민들의 금강산 관광길이 영영 끊기게 됐다”고 밝혀 동결된 민간 자산도 곧 몰수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조치다.

2008년 7월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채로 있는 것은 남측 관광객인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 때문이다. 진상 조사와 방문객 신변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너무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는 취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관광 재개를 요구해 왔다. 이에 응하지 않자 급기야 관광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이라며 우리 정부와 민간의 재산을 몰수 또는 동결하는 막가파식 행동으로 나온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우선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합의와 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므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 관련 국제기구에 제소하거나 중재를 요청하는 등 국제법적 대응책도 강구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남북관계의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교류·협력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는 남북교역을 포함해 크고 작은 남북 간의 모든 관계가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파탄 위기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한 푼의 돈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외자를 유치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계약에 따라 투자한 자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하고 동결하는 나라에 투자할 바보는 세상 천지에 없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자해(自害) 행위나 다름없다. 최소한의 상식이 남아 있다면 북한은 이번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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