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선릉 전철로 뜨는 강북·강남 지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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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분당선 왕십리∼선릉간(6.6km) 복선전철화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 요지를 거쳐 개발이 한창인 뚝섬·왕십리 구간을 지나는 '황금 노선' 이어서 개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단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투자 심리는 많이 위축된 상태고, 완공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분당선은 서울 왕십리~분당 오리(31.7km)를 잇는 노선으로 선릉~오리 구간은 개통됐고, 이번에 착공한 왕십리~선릉 구간(왕십리→성수→청담→강남구청→삼릉→선릉역)이 마지막 공사구간이다. 철도시설공단은 2009년 말~2010년은 돼야 공사가 끝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이 구간이 완공되면 왕십리에서 선릉까지 전철 이용시간이 12분으로 지하철 2호선에 비해 15분 이상 단축되고, 왕십리.강남구청.삼릉.선릉 등 4개의 환승역이 생겨 하루 이용객이 2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 개발 재료 많은 강북 노선=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꼽히는 곳은 옛 뚝섬경마장 인근에 들어설 성수역 일대다.

35만평 규모의 서울 숲공원이 내년 5월 개원하고, 성수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클 전망이다.

앞으로 역세권 및 공원 조망권 아파트로 변신하는 성수동 대림.한진타운.강변 건영 등은 몸값이 상승하다 최근 들어 소강 상태다. 대림로즈빌은 1년 전보다 4000만~5000만원 정도 올라 28평형이 4억원을 호가한다.

단독주택 값어치도 높아졌다. 386부동산 김창수 사장은 "에스콰이어 사옥 인근 단독주택은 뚝섬 개발계획 발표 후 지하철 2호선 뚝섬역이 가깝다는 이유로 지난해 초 평당 800만원선에서 1500만~2000만원으로 올라 있다"고 말했다.

왕십리는 분당선 개통으로 4중 역세권이 되며 강북의 교통 요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현재 민자역사 공사가 한창이며 인근 뉴타운 사업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공사가 시작된 후 이 일대 대림.한신.한진아파트 등의 강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 강남은 재건축 관심=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사거리에 청담역이 들어서면 지하철 이용이 불편했던 압구정동 한양아파트가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공간부동산 엄인성 사장은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거래는 잘 안 되지만 한양아파트 41동 33평형 남향은 최고 8억원에 매물이 나온다"며 "분당선 착공 이후 역세권 프리미엄으로 호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로데오거리와 청담동 명품거리 등지의 상권 변화도 예상된다. 이 일대 대로변 상가는 평당 6000만원, 이면도로는 평당 4000만원선이다. 의류매장의 한 상인은 "지금은 경기 침체로 장사가 되지 않지만 지하철이 뚫리면 유동 인구가 늘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역과 삼릉역은 인근 재건축 단지 몸값을 올려놓을 전망이다. 강남구청역에 붙어 있는 서광.한솔.동양파라곤 등 기존아파트와 해청2단지를 재건축한 롯데캐슬프레미어 등의 분양권을 눈여겨 볼 만하다.

삼성물산은 해청1단지를, 현대건설은 AID아파트를 재건축해 각각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선릉역 일대는 지난해 9월 분당선 2단계 개통과 더불어 낡은 건물의 신축 및 리모델링이 활발해졌다.

역삼동 진선미부동산 최성배 사장은 "원래 지하철이 있고, 교통이 편한 곳이라 분당선 영향은 당장 없지만 장기적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 투자 유의점은=발 빠른 투자자라면 개발계획 확정부터 착공단계인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지만 최근엔 시장상황이 불투명해 한 박자 늦추는 게 좋다.

대중교통이 잘 돼 있어 과거처럼 파장이 크지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보통 지하철 개통 덕을 많이 보는 상가도 경기 침체로 임대수입이 낮은 편이다.

선릉역 일대 상가의 경우 수익률이 연 4% 이하로 은행 이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지하철이 완공되는 2008년에 맞춰 입주하는 분양권이나 새 입주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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