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강 보너스' 독인가 약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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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4강에 들면 돈보따리를 풀겠다. "

프로야구판에 '돈잔치' 바람이 불고 있다. 4위 경쟁이 치열해지자 중하위 5개 구단은 저마다 보너스를 약속하고 선수들을 독려하기에 바쁘다.

"선수 사기를 높여주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 일반 회사가 지급하는 성과급과 같다" 는 의견도 있지만 "음성적인 돈거래는 미봉책이며 야구계 질서를 어지럽힌다" 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실태

올 시즌 초 8개 구단 사장들은 회의를 갖고 "시즌 중 선수단에 별도의 보너스를 주지 않는다" 고 합의했다. 메리트 시스템이 질서를 어지럽히고 '선수들은 연봉으로 보상받는다' 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도였다. 이를 어길시 보너스 금액의 3배를 벌금으로 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4위 싸움이 가열되자 편법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당장 주지는 않으나 주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달 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선수단에 보상이 필요한 것 아니냐. 최소 1억원 정도는 줄 생각" 이라며 신호탄을 쏘았다.

SK는 "시즌 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2억원을 주기로 했었다. 현재로선 그 이상을 고려하고 있다" 며 맞장구를 쳤다.

지난달 6일 창단 격려금으로 1억원을 지급한 기아는 "시즌 중이 아니라면 문제될 게 없지 않으냐" 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러한 사정은 LG와 롯데도 마찬가지다. LG는 "시즌 중 보너스 지급은 엄연히 반대" 라면서도 "우리팀이 다른 구단보다 적게 준 적이 없다" 는 입장이다.

롯데도 "4강에 들면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 이라며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 메이저리그의 경우

'야구는 팀 경기이면서 개인 기록 경기' 라는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따라서 즉흥적인 메리트 시스템은 없다. 포스트 시즌에서 얻는 수익금을 각 구단에 배당금으로 주는 게 전부다. 다만 옵션 제도가 세분화돼 있다.

올스타 선정시, 투구 이닝 얼마 이상 던질 경우 등 시즌 전 연봉 계약 때 옵션제를 충분히 활용해 선수들에게 최대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 전문가 의견

▶허구연 해설위원=메리트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연봉 2천만원짜리 선수가 아무리 잘 해도 연봉이 1억원으로 뛰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는 보너스라도 줘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또 몸조심을 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팀플레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국장=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보너스 제도는 미봉책이다. 자칫하면 돈을 당근으로 내걸고 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하다 혹사시킬 위험도 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옵션제가 명문화돼 있지 않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도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최민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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