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중국 야구에 '한류' 불지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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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해 11월 14일. 박찬호(LA 다저스)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2박3일간 야구 클리닉을 가졌다. 난생 처음 중국땅을 밟아본 박찬호는 자신을 알아보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데 가장 먼저 놀랐고 중국의 야구열기에 또 한번 놀랐다. 가는 곳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클리닉에 모인 어린 야구선수들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거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흥분했다.

'야구 후진국' 이던 중국이 1990년대 이후 '야구 개발도상국' 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야구는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부터 부쩍 열기가 뜨거워졌고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를 간파한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는 재빠르게 지난달 22일 베이징 출신의 오른손 투수 왕차오(16)와 입단 계약했다. 메이저리그가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베이징의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따른 올림픽 특수를 기대, 중국에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34개 성(省)급 도시를 돌며 애프터 서비스를 하고 현대와 기아차는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 참가해 신차종을 선보였다.

또 SK는 베이징에 무료 인터넷 PC방을 개설하고 청소년 대상 퀴즈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LG전자는 7월 20일 상하이에서 개막된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는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나열한 국내 기업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프로야구다. 삼성.SK.LG.기아 등 중국시장 개척에 나선 기업들은 국내 프로야구 주류팀들을 보유하고 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선다. 우리가 그들을 가르치고 리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쿠바에 이어 당당히 동메달을 따냈고 박찬호.김병현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야구는 중국인들에게는 충분히 동경의 대상이 된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는 SK 와이번스가 가장 발빠르게 중국을 상대로 '야구 마케팅' 을 준비 중이다. SK 안용태 사장은 "지도자 파견이나 초빙을 통한 교류와 중국선수 가운데 유망주를 스카우트해 육성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또 중국과 인접한 인천 연고지의 이점을 살려 문학구장을 중국인들의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필요하다면 문학구장의 명칭권(네이밍라이트)을 사들여 'SK 베이스볼 파크' 로 개명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SK의 움직임은 최근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한류(韓流)와도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다. 야구도 한류 열풍에 충분히 한몫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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