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결별 후 시나리오] 2여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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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표결까지 가는 상황은 2여 공조에 치명적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표결과 공조를 분리한다' 는 원칙에 접근했다가 급선회한 것도 표결이 갖는 의미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자민련과의 의견 절충 내용을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2일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총무에게 "해임안이 가결되면 2여 협조는 어려울 것" 이라고 통보하면서 "이게 우리 당의 마지막 공식 입장" 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만큼 金대통령의 의지가 강경하다는 뜻이다.

여권에선 ▶자민련의 해임안 표결 참여▶자민련 이적(移籍)의원의 원대 복귀▶2여 공조 붕괴▶金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 변화의 수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번 자민련의 행보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겨냥, 충청권과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2여 공조를 '선택적 협력'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강경기류로 돌아서자 자민련도 1일 낮부터 "공조가 붕괴돼도 상관 않는다" (趙富英부총재)는 입장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도 격앙된 목소리로 "표결 후에는 (공조를)복구하기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1일 자민련 의원총회에서다.

공조가 붕괴되면 자민련.민국당과의 3당 연합을 통해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했던 金대통령으로선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래서 "햇볕정책은 인정하지만 林장관 개인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자민련의 뜻" (李仁濟최고위원), "자민련을 더 설득하고 대화해야 한다" (朴相千최고위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현 정권 출범 후 DJP가 결별했다 공조복원한 전례가 있다. 대선 후보 단일화 때 문서로 약속했던 내각제 개헌이 물건너갈 때인 1999년 여름도 그랬고, 지난해 4.13총선 때도 결별했다가 관계를 복구했다.

더욱이 양측은 아직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면 공조가 복원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러나 공조가 유지되든 복원되든 2여 공조의 긴밀도가 크게 떨어져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DJ와 JP가 언제라도 서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불신이 원활한 공조를 방해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양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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