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한국 뜬다" 젊은 취업이민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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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일 서울 강남 코엑스 이민.유학 박람회장에는 취업 이민을 꿈꾸는 20~30대 젊은층이 대거 몰렸다.

지난 1일 개막한 후 이틀간 박람회를 찾은 인파 4만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미국.호주.캐나다 등지로 취업(독립)이민하는 방법을 알아보려는 젊은층이었다.

지난 3월 1차 이민박람회 때는 경기 침체로 실직한 가장들과 자녀 조기 유학을 위한 교육이민 희망자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박람회장 취업 이민 부스에는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컴퓨터.전자.미용 등 자격증 종류를 알아보거나 경력서를 제출해 이민 자격 심사 신청서를 받으려는 젊은층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취업 이민은 투자.초청 이민과는 달리 이민국 정부가 이민 신청자의 학력.경력.기술자격 등을 점수로 매겨 일정 점수 이상 고학력 능력자에게 이민를 허가하는 제도.

이 때문에 대학 졸업을 앞두었거나 사회생활 초기에 이민을 떠나 현지 취업하려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민자 1만5천여명 중 취업 이민은 8천3백여명으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역시 6천6백여명 가운데 3천7백여명(56%)이 취업 이민자다.

캐나다 독립이민절차를 알아보러 박람회장을 찾은 李경부(25.H공대4년)씨는 지난 7월 캐나다 친구 집을 방문해 취업이 가능한 회사들과 교민생활에 대해 사전 조사까지 했다고 한다.

李씨는 "교민들의 여유롭고 안정적인 생활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며 "국내에선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졸업하는 대로 이민신청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취업 이민 신청 대열에는 국내에서 기반을 잡은 30대 부부도 보였다.

패션 디자이너 李모(34.여)씨는 "한국에서는 직장이 불안정해 아이 사교육비 부담이 없는 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며 "엔지니어인 남편과 외국의 취업 이민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았다" 고 말했다.

호주대사관 이민과 고은아(35.여)씨는 "최근 젊은층들의 독립(취업) 이민 문의가 증가한다" 며 "점수제 독립 이민은 재산과 무관하기 때문에 고학력.전문기술을 갖춘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한국 국외이주 알선 법인협회 이종오(李鍾五)이사는 "미국의 투자 이민은 50만~1백만달러의 투자금과 현지인 10명 이상 고용 등 조건이 까다로워 취업 이민을 떠나려는 젊은 고급 인력으로 이민 선호층이 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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