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잇단 ‘깜짝 실적’에 ‘실적 랠리’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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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국과 미국에서 상장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줄을 잇고 있다. 올 1분기 실적이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21일까지 1분기 실적을 확정 발표한 국내 49개 상장사 가운데 30개(61.2%)사의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6524억원으로, 증권사들이 전망한 평균액(5095억원)보다 28% 많았다. 호남석유화학·대한항공 등도 실제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15%가량 많았다.

미국은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이 더 높았다. S&P5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20일(현지시간)까지 실적을 발표한 곳은 68개사. 이 중 60개사(88.2%)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보다 컸다. 열 중 아홉의 실적이 전망을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21일에도 이어졌다. 모건스탠리는 34.5%, 웰스파고는 28.6% 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각각 선언했다.

예상보다 강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낳고 있다. 빠른 경기 회복 속도로 인해 한국은행은 이달 12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2%로 올려 잡기도 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주식시장엔 희소식이다. 기업 주가가 싸다고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서용희 연구원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라 증권사들이 2, 3분기 실적 전망을 늘려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실적 랠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도 국내 주가에 영향을 준다. 애플과 골드먼삭스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21일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가까이 오른 게 바로 미국의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선 특히 금융과 IT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도 금융·IT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규제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한국에서는 금융보다 IT 종목이 유가증권 시장의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긴축도 한국에 호재=중국은 부동산 투기 과열지역에서 3주택자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이 역시 한국 증시에는 도움이 된다는 게 대신증권의 분석이다. 논리는 이렇다. 부동산 긴축은 대출을 해주는 은행과 건자재를 만드는 소재 산업에 영향을 준다. 시가총액으로 따져 중국 주식시장의 55%를 차지하는 금융·소재 업종의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돈이 중국을 벗어나 한국 쪽으로 흘러들 공산이 크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한국의 대표 산업이며, 전 세계적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IT 분야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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