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푸마를 깨워 패션을 입혔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22일 방한한 요헨 자이츠 푸마 CEO는 “푸마는 다이내믹한 야생 퓨마의 특징을 살려 세계 3대 스포츠 브랜드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푸마 코리아 제공]

요헨 자이츠(47)가 미국 치약회사 콜게이트를 거쳐 1990년 스포츠 브랜드 ‘푸마’에 운동화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했을 때 푸마는 쇠락하는 브랜드였다. 자이츠는 1년 만에 국제 마케팅·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93년 독일 역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푸마를 맡았다. 그리고 17년 뒤 푸마는 나이키·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스포츠 브랜드로 되살아났다.

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한 자이츠 회장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덩치 큰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전 푸마는 당시 잠자고 있었다”며 “기능성은 좋았지만 유행에 둔감했다”고 회고했다. 글로벌 브랜드이면서도 직원의 70%가 독일인이었고, 독일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만 생산하고 있었다. 구조조정 과정은 험난했다. 직원 3분의 1 가까이를 정리했고, 직원들의 평균 연령도 10~15세 낮췄다. 직원 구성도 다국적으로 바꿔 지금은 전체의 6~7%만 독일 출신이다.

무엇보다 공들인 작업은 브랜드 재정립. 자이츠 회장은 우아하고, 힘있고, 다이내믹한 야생 퓨마의 특징을 브랜드에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명품 디자이너 질 샌더스와 93년 협업을 시작했다. 그 뒤 프라다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영국 출신 닐 배럿의 참여(2001년), 명품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디자인한 한정판 백(2003년), 세계적인 프랑스 출신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과의 공동 작업을 통한 신발(2004년) 등 브랜드에 패션을 입히는 행보가 이어졌다.

스타 마케팅도 치밀하고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따랐다. 그는 “성적 좋고 유명하다고 푸마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멋진 패션 감각과 스타일이 있어야 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푸마가 후원하는 단거리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와 자메이카 육상대표팀,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이 대표적. 닐 바렛이 디자인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유니폼은 세계 축구팀 유니폼 중 ‘가장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스포츠 브랜드 시장이 나이키와 아디다스(푸마와 아디다스는 아돌프·루돌프 다슬러 형제가 설립한 형제회사다)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자이츠 회장은 “시장과 소비자는 2개 브랜드만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사람들 가운데 90%가 푸마 브랜드를 알고 있다”며 “이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푸마 브랜드와 컨셉트가 맞는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골프채로 유명한 ‘코브라’를 최근 인수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코브라와 푸마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며 “코브라 브랜드가 푸마가 가진 패션성과 야생성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