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사 변죽만 울리다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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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외압과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옷로비 사건 때처럼 소문과 의혹만 무성했을 뿐 결과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수사 초기에 검찰은 이 사건이 고위층 인척 연루설이 제기되는 등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외압.로비에 대해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상호(李相虎)전 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과 ㈜원익컨소시엄, 국중호(鞠重皓)전 청와대 행정관과 에어포트72㈜ 사이의 유착관계나 정치권 인사의 청탁.외압 의혹설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 대규모 국책사업 로비자금이 2백63만원?=검찰은 지난 14일 李전개발사업단장과 鞠전행정관 등 두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그 뒤 검찰은 李씨 등 공항공사 실무진과 원익컨소시엄 참여업체인 삼성물산, 그리고 鞠씨와 에어포트72㈜ 사이의 '로비 물증' 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었다.

검찰은 특히 李씨를 구속한 뒤 원익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공항공사 실무진에게 로비한 흔적이 밝혀진 것처럼 발표하는 등 상당한 수사결과를 예고했었다. 실제 공항주변에서는 원익컨소시엄 참여업체인 삼성물산이 공항공사 실무진에게 상당한 규모의 사후 대가를 보장했다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나돌기까지 했다.

이에 검찰은 李씨와 鞠씨 가족들의 예금계좌 추적은 물론 참여업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하지만 에어포트72㈜참여업체인 에이스회원권 경영자가 鞠씨에게 여행경비 2천달러(약 2백60만원)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추가로 밝혀냈을 뿐이다.

◇ 면죄부 수사였나=검찰은 강동석(姜東錫)공항공사 사장과 윤흥렬(尹興烈)스포츠서울 21㈜ 대표 등도 조사했다. 李씨와 鞠씨.姜사장에 대해서는 전화통화 내역까지 추적했었다. 姜사장은 네차례, 尹대표에 대해서는 한차례 소환 조사했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姜사장에 대해선 업체선정 기준과 관련, '토지사용료' 항목을 '토지사용기간' 으로 바꾸는 안을 결재한 경위 등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 자격으로 尹대표를 조사했지만 외압이나 로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고 밝혔다. 결국 尹대표와 스포츠서울21은 외압이나 로비 등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 정치권의 개입은 없었나=검찰은 鞠씨 외에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李씨에게 일곱차례나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실이 크게 보도되자 "실무 차원의 통화로 확인됐다" 며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처음부터 鞠씨를 마지노선으로 정해놓고 수사한 것이 아니냐" 는 지적도 일고 있다.

姜사장의 이동전화 통화내역까지 추적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확인 등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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