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가뭄→홍수→적조 '기상피해'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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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32년 만의 중부지방 폭설, 기상관측 이후 최다 황사 발생, 최악의 봄가뭄 등 갖은 신기록으로 점철된 올해 기상에 적조.녹조.벼 줄무늬 잎마름병 비상이 걸렸다.

계속된 늦더위 등으로 해수.담수의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 적조.녹조가 이상 증식하면서 어류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으며 수확을 앞둔 벼에 줄무늬 잎마름병이 번져 농민의 손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부근에서 시작된 유해성 적조는 현재 경남 해안을 중심으로 동해안까지 확산하고 있어 7백억원대의 손실을 가져온 1995년 이래 최악의 피해가 예상된다.

◇ 피해=이번 적조는 28일 경북 영덕군 강구등대 앞 해상까지 북상하는 등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수산진흥원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염포 남단부터 경북 포항시 대보면 장기곶 앞 바다까지 적조 경보를, 영덕군 강구등대까지 적조주의보를 확대 발령했다. 피해도 계속 늘어 28일 현재 경남과 울산시에서 어류 1백만4천마리가 폐사, 20억3천5백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경남 통영시에서만 86.2%인 88만5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소양호.안동호.대청호 등은 녹조로 수중 생태계 교란과 어획량 감소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 고양.김포.시흥.화성 등 경기 북부(2천6백54㏊)와 인천.강화(1천1백17㏊)를 비롯, 충남 당진.서산, 전북 무안.군산.익산.고창 등과 충남 등 중부지방에서 벼 줄무늬 잎마름병이 번지고 있다.

◇ 원인=올해의 대규모 적조현상은 해수면의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 조류증식에 좋은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남해 부근에 북태평양 고수온대가 머물고 있는 데다 평년을 웃도는 고온 날씨가 계속돼 해수면 온도가 최고 27~28도로 예년보다 2, 3도 이상 높다.

또 올해에는 태풍이 한차례도 한반도를 지나가지 않아 부영양화한 고온의 표층수와 저온의 저층수가 뒤섞여 적조현상이 완화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연일 북동풍이 불어 부영양화한 바닷물이 연안으로 밀려들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녹조는 한달 가까이 지속되는 고온현상으로 부영양화가 심화,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 줄무늬 잎마름병의 원인으로 "최근 한달 가까이 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바이러스를 보유한 애멸구의 번식이 왕성해졌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 전망=올해는 낮기온이 9월 상순까지 평년을 웃돌고, 북태평양 고수온대도 10월 이후에나 소멸할 전망이어서 자칫 적조현상이 한달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

벼 줄무늬 잎마름병의 경우 방제 약제가 없는 데다 애멸구가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 월동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강진권 기자, 정재헌.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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