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베트남 상생의 협력 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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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베트남과 한국이 1992년 12월 수교한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두 나라는 그동안 상호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애써 왔으며 교류와 협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처음으로 20억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은 베트남의 4대 교역국이 됐다. 이제 한국은 베트남에 매우 중요한 나라다.

하지만 양국의 경제 규모와 잠재력에 비춰 볼 때 협력관계는 앞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 모두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은 천연자원에서, 한국은 정보기술(IT).첨단산업 및 제조업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두 나라는 유전개발 사업을 통해 자원협력 노력을 경주해 왔다. 자원개발은 에너지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개발에 참여하는 나라의 경제발전에도 많이 기여한다. 이 때문에 각국이 자원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베트남은 유전.가스전 탐사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외국 석유회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과 손잡고 92년부터 베트남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지난해 9월 베트남 남동부 해상의 15-1 광구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유전에는 4억2천만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당초 세계 유수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이 광구에서 개발을 시도했으나 중도에 포기했다. 석유개발 산업은 성공 확률이 낮은, 리스크가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광구에서 상업성 있는 유전을 발견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개발에서 23.25%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탐사 과정을 주도하는 운영권자로 참여했다. 2003년 10월부터 원유가 생산되면 한국은 15년 동안 8억달러(약 1조4백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전개발 성공은 양국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정보통신.건설.과학기술.항공.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바란다. 두 나라의 협력관계는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상생(相生)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구 7천8백만명의 베트남은 자원의 보고(寶庫)로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자원이 부족하면서 기술이 뛰어난 한국이 베트남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간다면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양국은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도 보다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양국은 유구한 역사와 고유한 민족문화를 지켜온 공통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교류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베트남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두 나라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등 많은 국제기구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과 한국 두 나라가 진실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즈엉 친 특 <주한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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