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농민'이 농촌 경쟁력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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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싸이또(사이트)를 찾아 갈 때마다 꼬부랑 글씨를 쳐야 하나유.”

“자주 보는 곳은 ‘즐겨찾기’에 기억시켜 놓으면 됩니다.”

23일 오후 3시 충남 천안시 중부농축산물류센터 2층에 마련된 ‘농업인정보화교육장’.강사와 40∼50대 농민 20여명 사이에 인터넷을 둘러싼 열띤 문답이 오간다.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농민들이 클릭을 잘못해 엉뚱한 사이트를 띄워 놓거나 중요한 파일을 지워버려 강사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자녀들 어깨 너머로 컴퓨터를 구경만 해와 실수를 연발하지만 표정은 즐겁기만하다.

충남도가 21세기 ‘프로 농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마련한 농민 정보화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농림부 지원을 받아 일주일 과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 교육은 농민들이 컴퓨터의 기초 지식만 익히고 참여하면 정보화교육 전문기관이 정보검색 ·e-메일은 물론 홈페이지 관리 ·전자상거래 ·경매사이트 이용법까지 가르쳐 준다다.

조승우(59 ·논산시 가야곡면 강청리)씨는 “교육을 받기 전에 대학에 다니는 막내 아들에게 컴퓨터를 배우다 자꾸 까먹어 아들의 핀잔을 자주 받았는데 더 늙기 전에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趙씨는 하루 7시간씩 나흘간 진행되는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도 집에서 자녀들을 붙잡고 복습을 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7천여평에 사과를 재배하는 趙씨는 지난주 농업진흥청 도움으로 자신의

사과농장 홈페이지(http://www.e-farm21.com)까지 만들었다.

그는 “교육을 다 받으면 홈페이지를 혼자서도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벼농사를 하는 손광세(57 ·천안시 쌍용동)씨도 교육일과가 끝난후에도 묘목재배에 관한 정보를 찾느라 열심이다.

관상수의 특징 ·재배방법 ·수요 ·가격동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컴퓨터를 익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사 김봉길(28)씨는 “농민 수강생들의 열의가 대단해 수업후에도 전자상거래에 대한 궁금증으로 컴퓨터와 씨름하는 사람이 여러명이다”고 말했다.

정보화교육장은 50평 규모의 교실 두곳에 초고속통신망과 연결된 컴퓨터 1백대와 각종 멀티미디어 장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엔 18기에 걸쳐 15개 시 ·군 농민 5백40명을 교육시킬 계획이다.내년에는 다른 시 ·도에까지 문호를 확대해 총 3천여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교육희망 농민은 충남도 농정유통과(042-251-2614)및

교육홈페이지(http://edu.affis.net)로 연락하면 된다.

먼지역 교육생에게는 기숙사를 무료제공하며(교육실도 야간 개방) 식사는 한끼에 2천원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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