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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장관 거취와 자민련 몽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 연방항공청의 항공안전 2등급 판정에 따른 피해가 급속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항공사와의 제휴 중단 등으로 두 국내 항공사는 2천억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돼 인원감축 등이 불가피하게 됐고 예약 승객들도 이를 변경하느라 불편을 겪고 있다. 경제적 손실 외에 나라 망신에 따른 피해도 엄청나다고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허술하고 무사안일한 교통행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년 전에 문제점을 지적받고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태평스럽게 있다가 8월 초순 건설교통부 실무자가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부랴부랴 서두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뒤늦게 항공법 개정안을 제출(7월 19일)해놓고 팽개쳐뒀다가 2등급 판정 통보 당일에야 오장섭(吳長燮)건교부 장관이 부랴부랴 여야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처리를 부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등급 판정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항공법 개정과 전문인력 교육은 시기만 놓치지 않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즉, 대처만 잘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무부처인 건교부의 책임은 피할 수 없고 오장섭 장관은 그 한복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태가 지난해에 시작됐고 올 3월 취임한 吳장관은 뒤치다꺼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고 면책이 될 수는 없다.

이미 吳장관은 취임 직후 부동산 위장거래 의혹과 자신이 대표로 있던 건설회사의 특혜수주 의혹으로 거취문제가 거론됐지만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옹호로 유야무야됐었다.

이번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 吳장관 문책을 거론했으나 자민련 쪽에서 몽니를 부리며 吳장관을 감싸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동정부에서 자기 몫 확보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장관 자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연내 1등급 환원 대책 마련에 전념할 새 팀을 구성토록 吳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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