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인간은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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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김석진 교수

지난 8일 인천 강화에서 시작된 구제역으로 이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구제역은 어떤 질환이며, 사람도 이 병에 걸릴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았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떤 동물이 구제역에 걸리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인간이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한지를 알아본다.

Foot-and-Mouth Disease
(FMD) Virus

구제역은 Foot-and-Mouth Disease(FMD) virus라는 바이러스에 의한 동물 전염병으로 발굽이 2개인 소와 돼지 등에게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은 고열을 보이고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5~55% 달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구제역에 걸리는 동물들의 특징
구제역에 잘 걸릴 수 있는 동물은 대체로 소, 양, 염소, 사슴 그리고 기린과 같은 반추(되새김)동물들이다. 반추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을 일컫는 말로서 이들은 풀과 같은 식물을 먹고 산다. 이 동물들은 위가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고 식물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성분인 셀룰로오즈(섬유소)를 분해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섬유소를 분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어 풀만 먹고는(?) 살 수 없지만 반추동물은 섬유소 분해를 통하여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의 위와 장에 살고있는 세균들 덕분이다. 반추동물의 위는 pH를 중성에 가깝게 유지(pH 7)시켜 섬유소 분해를 담당하는 세균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이는 강한 산성(pH 1~2)을 띠는 인간의 위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인간과 구제역?
섬유소를 분해하는 박테리아에 의존하는 반추동물과는 달리 인간의 위에서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위점막 세포가 분비하는 강한 위산(acid)이다. 위산은 음식물을 녹여 분해하는 소화기능 뿐만 아니라 식도를 통하여 유입된 유해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파괴시켜주는 방어기능도 함께 담당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산(acid)에 아주 예민하여 위산에 의해 쉽게 변성이 된다. 만약에 구제역에 감염된 육류나 우유를 섭취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위산에 의해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인간에게 구제역이 발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반추동물은 이러한 위산의 보호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고온에서 쉽게 변성이 되기 때문에 익힌 고기를 섭취할 경우 구제역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더욱 적어진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구제역으로 부터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세계통계자료를 보아도 그러하다.

돼지와 구제역?
돼지는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도 아니고 잡식성 동물인데 왜 구제역에 민감한 걸까? 그 이유는 감염된 돼지는 호흡을 통하여 상당히 많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방출시키기 때문이다. 돼지가 구제역에 감염될 경우, 소보다 최대 3000배의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출된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하여 이동하여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돼지를 전염시킬 수 있다. 이처럼 구제역은 침이나 접촉을 통한 전염 뿐만 아니라 돼지의 경우엔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돼지에게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가축을 도살해야하는 범위가 상당이 넓어지게 된다.

지금은 더 이상 구제역으로 인한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다. 인간은 구제역 감염으로 부터는 안전하지만 바이러스가 우리의 피부나 옷에 묻게 되면 이를 통해 감염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정보 [퀴즈] 다음 중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 동물은?

정답은 말(馬). 말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 동물 중의 하나이다. 말은 여러개의 위를 가지고 있는 반추동물과는 달리 인간과 같이 하나의 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개와 고양이와 같은 대부분의 애완동물들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석진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인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나무·물·산(www.vsl3.co.kr)의 대표를 맡아 바른 식생활과 유익한 균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칼럼 게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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