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출가 일극단 데뷔…한 · 일 연극교류 '해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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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연극교류는 모처럼 '봄' 을 맞고 있어 대조적이다. 상호이해를 전제로 한 연극교류 현황을 모았다.

◇ 한국 연출가의 일본 진출=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가 37년 전통의 일본 명문인 '청년극단' 의 연출을 맡는다. 연출작은 9월 13~23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의 기노구니야(紀伊國屋)홀 등 네곳에서 선보일 '감사합니다' 다.

노영화씨 등 한국배우 세명을 제외하면 출연자 모두 청년극단의 단원이다. 한국 연출가의 일본극단 데뷔는 임씨가 처음이다.

'감사합니다' 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이이오 켄시(飯尾憲士)의 자전적 소설 '서울의 위패(位牌)' 와 '바다 저쪽의 피' 가 원작. 일본 연극계의 양심으로 불리는 우류 마사미(瓜生正美.일본연출자협회 이사장)가 각색했다. 서울을 찾은 주인공이 3.1운동 당시 일제의 만행을 알고 조국애를 느낀다는 이야기다.

◇ 한.일 합작 공연=극단 미추와 일본의 스바루(昻)극단의 합작품 '히바카리-400년의 초상' (문의 02-747-5161)이 오는 31일~9월 2일 서울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일본의 사회파 극작가인 시나가와 요시마사(品川能正)의 작품을 미추 대표 손진책이 연출했다. 지난 3월 도쿄와 오사카(大阪) 공연은 스바루의 상임연출가 무라다 간시(村田元史)가 연출했다.

출연자는 각 극단에서 11명씩 총 22명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陶工)들과 그 후손의 이야기다. 이런 합동공연도 한.일 연극사에서는 처음이다.

◇ 그밖의 만남=베이징(北京).서울.도쿄의 영어 두문자를 딴 제8회 베세토(Beseto)연극제가 올해 일본에서 열린다. 화가 이중섭의 예술혼을 그린 서울시극단의 '길 떠나는 가족' 은 일본 도야마(富山)현의 도가(利賀.8월 26~27일)와 도쿄의 신국립극장(9월 1~2일)에서 선보이며,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는 9월 29~30일 히즈오카(靜岡)에서 공연한다.

한편 학전의 '지하철 1호선' 도 11월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도쿄.오사카.후쿠오카(福岡) 순회공연에 나선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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