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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진 빚' 한국 세계 8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국민은 지구 환경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살아간다. 해외에서 막대한 자원을 들여와 소비하면서 우리 국토가 모두 흡수할 수 없는 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매년 1백5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사용 생태량' (Ecological Footprint) 보고서(http://www.panda.org/livingplanet/lpr00)를 보면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지구로부터 빌려쓰고 있는 '환경 빚' 은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많다.

생태량이란 인간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식품과 자원.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오염물질을 흡수하는데 필요한 토지와 해양의 면적 단위로 계산한 것이다.

WWF 보고서는 현재 우리 국민의 소비수준을 만족시키려면 1인당 5.6㏊씩의 생산성 있는 토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확보한 생태량은 1인당 0.74㏊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1인당 부족량인 4.86㏊ 만큼 지구 환경에 빚지고 살아가는 셈이다.

'환경 빚' 을 가장 많이 지는 사람들은 척박한 사막국가이면서도 기름 덕분에 소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토지가 워낙 부족한 싱가포르.홍콩 등 '도시국가' 시민들도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미국 국민의 경우 확보하고 있는 생태량이 적지 않지만 워낙 생태량 사용이 많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국민도 사용 생태량이 우리보다 많다.

북한 주민들은 가용(可用) 생태량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소비량이 적어 빚을 덜 지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이나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가용 생태량에 비해 훨씬 작은 부분만 소비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 인 아마존 밀림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듯 이들 국가는 다른 나라에 '환경' 을 빌려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1961년과 97년 사이 인구 증가와 소비 수준 향상으로 인류 전체의 생태량 소비는 두 배로 늘었다. 지구 환경이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 '환경에 진 빚' 이란

'환경 빚' 은 국민이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식량.자원.에너지를 얼마나 자급할 수 있는지 여부와, 생활하면서 방출하는 환경오염 물질을 얼마나 처리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즉 식량 등을 자급 못해 외국에서 수입하면 수입분만큼 빚을 진다.

또 숲이 적어 이산화탄소 등 환경 오염물질을 자국에서 처리하지 못할 경우에도 지구 환경에 빚을 지는 셈이다.

즉 '가용 생태량' 보다 '사용 생태량' 이 많으면 환경 빚이 있는 것이다. 생태량은 면적 단위(1인당 ㏊)로 계산된다.

㏊는 식량 등을 생산하거나 환경 오염 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산성을 감안해 농경지는 0.3㏊, 산림은 0.6㏊가 생태량 1㏊에 해당한다. 초지(草地)로는 2.7㏊, 해양으로는 16.3㏊가 된다.

따라서 국가별 '가용(可用) 생태량' 은 국토 가운데 농경지.초지.삼림 등의 생산성을 감안해 면적을 계산한다.

이때문에 농경지 등 생산성 높은 국토를 가진 국가는 가용 생태량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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