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진주 기자
W-스토어 약국인 줄 알았는데 유기농 제품까지
비타민·건강식품·수입음료 많아
가격대 높고 매장수 적은 게 흠
여대생 김지연(24)씨가 수입음료를 사러 압구정점에 들어왔다. 길 건너 백화점까지 가기 귀찮을 때 종종 온단다.
약 먹을 때 함께 마실 수 있는 물과 음료 코너도 마련돼 있다. ‘파이어플라이’(5500원)처럼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워터바에서 볼 수 있는 수입 음료들이 대부분이다. 식품류도 대체로 고가다. 10알이나 들었을까 싶은 ‘베리츠’ 건딸기 한 봉지에 3900원, 다이어트 쿠키 1개에 2000원이다. 유기농 피스타치오는 한 통에 8200원이다.
진짜 약국 ‘출신’ 드럭스토어인 W-스토어에선 비타민과 유기농 식품이 잘 나간다.
매장 한쪽에는 ‘닥터 브로너스’의 유기농 비누(1만3500원)와 ‘양키캔들’의 향초(2만3000원)도 진열돼 있다. 유모차를 끌고 가볍게 산책 나온 부부가 유기농 액상 비누 한 병을 집어들었다. 백화점 수준의 물건을 번거롭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장소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160억원이다. 의약품은 제외한 액수다.
GS 왓슨스 남성 뷰티용품 많고 티슈·화장솜 싸답니다
일본 화장품, 발 전용제품 인기
육포·쫀드기 등 간식도 잘 팔려
훤칠한 키에 피부가 깨끗한 남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훈남’이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매장 왼쪽, 남자 화장품이 브랜드·종류별로 정리돼 있는 코너다. 청년이 고른 건 남성용 BB크림(라네즈옴므·2만3000원). 이름을 물어보니 줄행랑부터 친다. 매장 직원 윤이근(28)씨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직 BB크림 바르는 걸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술안주 사는 것처럼 하면서 슬쩍 사간다”고 설명했다.
강남매장 직원 윤이근(28)씨가 강남매장 직원 윤이근(28)씨가 강남매장 직원 윤이근(28)씨가
이날 들어온 여성 손님들은 ‘바비 코스메틱’ 50주년 한정판에 관심을 보였다. 바비 인형이 그려진 콤팩트 세트(3만8000원)·블러셔(2만6000원)에는 립글로스 정품이나 장미꽃 모양의 거울이 덤으로 들어있다. 왓슨스 단독 상품이다. 일본 화장품도 많다. 특히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처럼 초롱초롱해 보이게 한다는 ‘페어리드롭’ 마스카라(2만5000원), 속눈썹 연장 효과를 내는 ‘데자뷰’ 파이버윅(2만4000원)이 잘나간다. 코 주위에 깨알 같은 모공이 도드라져 보이는 ‘모공남녀’를 그려놓은 케아나 베이킹소다 스크럽(2만1000원)도 인기다. ‘키스미’의 히로인 마스카라·아이라이너(각 1만5000원), ‘이세한’의 엘리자베스 모공관리케어 세트(1만5000원)는 스테디셀러다.
매장 주변에 사무직 여성이 많아 발 전용 제품도 꾸준하게 팔린다. 킬힐의 유행도 매출에 한몫했다. 발냄새를 잡아준다는 풋젤(나셈·9900원), 발 부위별 젤쿠션(닥터숄·4500원) 같은 것들이다. ‘스튜어디스의 비밀병기’라는 일제 압박스타킹(2만7500원)도 잘나간다. 실리콘 덧신이나 각질제거용 경석을 끼워줘 반응이 좋다.
미니마트로 변신한 GS 왓슨스의 대표상품. 화장솜과 미니티슈 등 PB라인이 강세다.
원래 왓슨스는 아시아권 넘버원 드럭스토어다. 홍콩·방콕 등 쇼핑도시에선 서구적인 매장 구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GS리테일이 홍콩 ‘AS왓슨스그룹’과 합작해 국내에 들여온 지 6년째다. 국내에선 GS의 ‘유통력’을 앞세워 정가보다 최소 10% 이상 싸게 파는 미니마트로 변신했다. 왓슨스 측이 내세우는 이름은 ‘퍼스널 스토어’다. 특히 여성용품(유기농 ‘본’ 생리대·한 개 사면 다른 한 개는 반값)과 미니티슈·화장솜(각 1500원) 등이 저렴하다. 경쟁업체의 홍보담당조차 “이 가격에 이 품질은 GS 아니면 어렵다”며 “티슈 사러 왓슨스 간다”고 고백할 정도다. 매장 수는 27개, 올리브영과 달리 서울·경기 지역에만 문을 열었다. 매출액은 2009년 현재 398억원이다.
올리브영 신기한 화장품 사러 왔다 간식 챙겨 가지요
피지 제거 골무, 입냄새 방지 치약
햇반에서 초콜릿까지 식품도 다양
모델 도화경(20)·강혜주(19) 씨가 CF 캐스팅에 가기 전 압구정 매장에 들렀다. 도씨는 립밤, 강씨는 클렌징오일을 골랐다.
희한한 뷰티 보조용품·생활용품은 올리브영의 ‘효녀상품’이다. 덧나지 않게 얼굴의 피지를 제거하는 실리콘 손가락 골무(4000원), 파스처럼 붙여서 발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휴족시간’(6매·2900원), 뒤꿈치를 아기처럼 만들어 준다는 ‘매끈매끈 보들보들 힐팩’(3000원), 입냄새를 제거해 주는 독일제 ‘덴티스테’ 펌프 치약(1만800원), 일제 ‘실크테라피’ 헤어케어 제품(3만8500원) 등이다. 칫솔 살균기(1만 2500원)도 퍼스널케어 제품류 중 잘나가는 상품이다.
드럭스토어의 최강자 올리브영에선 신기한 미용보조용품과 수입화장품이 돋보인다.
올해 개점 11년째인 올리브영은 국내 드럭스토어 삼남매의 맏이다. 태생은 홍콩 유통업체 ‘데어리팜’과 CJ의 합작회사였지만, 2008년 CJ가 홍콩 지분을 인수했다. 전국(서울·경기·부산·대전) 73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이 분야 최강자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987억원이었다. 매장 구성의 50% 이상을 화장품으로 채워넣은 뷰티숍에 가깝다. 국내 처음으로 ‘버츠비’와 ‘로즈버드’의 살브를 정식으로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저렴한 가격과 신기한 기능, 아기자기한 패키지로 유명한 일본 화장품을 들여와 ‘컬트뷰티’ 매니어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전문 뷰티숍 못잖은 화려한 구성과 단독으로 들여온 브랜드가 돋보인다. 그래선지 ‘신기한 화장품 사러 왔다가 간식도 사는’ 고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