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 당한 골드만삭스] 국내외 시장 반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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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뉴욕과 유럽 각국의 증시, 국제 유가, 금 가격, 달러화 가치, 미국 국채 가격…. 골드먼삭스 때문에 이 모든 게 출렁거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먼삭스를 기소한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선 금융주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골드먼삭스의 주가는 12.8%나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도 5.6%,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5.5% 하락했다. 골드먼삭스 기소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안 추진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해석한 투자자들이 금융주를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독일 도이체방크 주가가 7.3% 내려가는 등 금융주들이 추풍낙엽이었다. 이로 인해 영국 FTSE100지수가 1.4% 하락해 5743.96으로 주저앉는 등 유럽 각국의 주가 지수도 일제히 떨어졌다.

달러화는 강세였다. 1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전날보다 0.5% 오른 유로당 1.3501달러에 거래됐다.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달러 값을 올렸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유가와 금값은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는 전날보다 2.08달러(2.4%) 떨어진 배럴당 84.67달러를 기록했다. 금 6월물은 23.4달러(2%) 하락한 온스당 1136.9달러였다. 골드먼삭스의 사기 혐의에 연루된 폴슨 앤드 컴퍼니가 금에 많이 투자했다는 사실도 금값을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줬다.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면 폴슨 앤드 컴퍼니가 금을 내다 팔 수 있다는 시장의 예상에 따른 것이다.

IBK투자증권 박승영 선임연구원은 “투자 분위기가 얼어붙어 주 초반 한국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겠으나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주가지수를 떠받치는 외국인들이 불안을 느끼면, 그간 오른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는 예상이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 펀드에 계속 돈이 들어오고 있어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곧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1월 미국 금융규제안 발표로 국내 증시는 일주일간 숨 고르기를 했는데,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골드먼삭스 기소가 살아나는 세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며 “경기 회복과 기업의 이익 증가라는 추세가 강해 잠시 투자심리가 흔들리더라도 주가의 흐름은 이내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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