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돋보인 '폐경' 기획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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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혹심한 가뭄.홍수, 그리고 폭염이 이어지던 날씨도 서서히 물러나고 요즘 밤 바람이 제법 시원해졌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수준을 인하했고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가 모처럼 열려 정책대안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경제도 날씨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지난주 중앙일보는 '특정사 밀어주기 의혹' (6일자 27면), '인천공항 주변개발 의혹 밝혀라' (7일자 사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두 차례 전화했다' (8일자 1면), '번지는 외압 의혹' (8일자 3면), '鞠행정관 전화 부적절' (9일자 1면), '인천공항 외압 여부 밝혀질까' (9일자 3면), '이번엔 심사항목 공방' (10일자 5면)등 인천국제공항 주변 유휴지의 개발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기사를 연일 다뤘다.

우리 사회의 비리를 감시하고 국민에게 그 내용을 알리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이들 기사의 제목을 보면 사건의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쪽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보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8일자 1면 기사는 압력 여부를 놓고 두 당사자의 상반된 진술을 보도했는데 기사 제목은 '두 차례 전화했다' 였다. 전화를 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대해 당사자 간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 사실을 제목으로 잡았다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전화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났다는 선입관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9일자 1.3.34면에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기존 공정거래정책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전경련의 주장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런데 3면의 '도마에 오른 공정위' 기사 중 일부 내용은 논의의 핵심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역할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 하는 게 주요 논점인데, 공정위가 손해보험사와 정유사에 대해 과징금을 징구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경제계의 비판을 들어 공정위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논점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속 나흘간 '폐경 여성의 명암' '폐경 여성의 성' '세월 되돌리기' 및 '제2인생을 찾자' 는 여성문제에 관한 기획취재기사가 보도됐다.

이 기사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려져 있던 50대 여성의 고민을 공론화해 그 실상과 함께 전문가의 진단과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의 어머니이며 아내인 그들에게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삶을 불어 넣기 위한 시도로 매우 돋보였다.

또한 해비타트 운동의 일환으로 실시된 '지미 카터 특별 건축사업 2001' 에 관한 보도도 인상적이었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 아산 등 전국 여섯 곳의 집짓기 현장이 지난주 내내 비중있게 다뤄졌는데 행사에 참가해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자칫 각박해지기 쉬운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 컸다.

필자는 20개월 동안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지난 7월 말에 떠난 데이비드 코 국제통화기금(IMF) 전 서울사무소장과 그동안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는 떠나기 직전 우리나라 신문의 경제 관련 기사에 대해 자신이 느낀 점을 피력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문은 보도 내용이 심층적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파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뉴스메이커나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 그 내용의 중요성이나 전체적인 의도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보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그의 눈에 띄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한경쟁 시대에 언론사도 고객인 독자의 수요에 부응하면서 정론지로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趙文基(한국은행 외환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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