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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군수 공천에 2억원은 껌값” 소문 나돌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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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호 03면

이기수 여주군수가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에게 건넸던 돈. [뉴시스]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17일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건네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한나라당 소속 이기수(61) 여주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군수는 16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S커피숍 앞에서 수행비서를 시켜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의 수행비서에게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준 혐의다. 이 군수는 경찰에서 “이 의원과 오전 8시부터 30분 동안 만나 그냥 ‘도와달라’고만 했고 공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당 운영경비에 필요할 것 같아 수행비서를 통해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군수는 이달 초 개인사업을 하는 후배에게 2억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 운영경비를 영수증 처리 없이 개인적으로 건네는 것도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정황상 공천헌금으로 보이는 만큼 공직선거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공천 돈다발 오가는 정치판

정치권이 돈다발 문제로 시끄럽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항간에 떠돌던 얘기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당협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협위원장이 ‘탄환이 필요하면 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조치하겠습니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며 “시·도 의원의 경우 공천을 받기 위해 수백만원 또는 1000만원을 들고 온 적이 있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천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들은 공천이 지연되거나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극도의 초조함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돈다발이라도 들고 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장이나 군수 등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면 2억원은 껌값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의 다른 당협위원장도 “지방선거에 공천을 신청한 이로부터 돈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기수 군수의 사건도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 군수가 불안한 마음에 공천을 받기 위해 돈을 건네려 했던 것으로, 이 의원이 대처를 잘했다”고 말했다.

실제 적발 사례도 적지 않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기초의원 선거에 나설 2명의 예비후보자로부터 1억여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국회의원 보좌관 A씨에 대한 수사를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또 전북 익산선관위는 최근 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회 일부 당원이 ‘공천헌금 요구설’을 제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가 당협위원장에게 돈을 건넸을 경우 이 사실이 드러나는 일은 흔치 않다. 일단 당협위원장이 돈을 받게 되면 받은 사람이나 건넨 사람이나 모두 처벌을 받게 돼 있어 서로 쉬쉬하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이번 지방선거의 공천 헌금 액수가 더 올랐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군수 사건을 보는 시선도 다양했다.
차명진 의원은 “이 의원이 신고를 한 게 옳다”며 “이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도 “이 의원이 원리원칙대로 했다. 행여 당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쉬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패 정치는 무마해서 안 되고 싹을 잘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일로 한나라당이 ‘비리당’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지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당 인사는 “그냥 돌려줄 수도 있는데 신고를 한 것 보면 이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야 할 속내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현역 위원장과 현역 단체장이 갈등을 겪으면서 무리하게 단체장 후보를 바꾸려는 경우가 있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개 현역 단체장의 경우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더욱 불리한 상황만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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