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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의 색다른 미술축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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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예술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농촌마을에서 미술전시회가 열려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각종 작품들이 마을 구석구석 전시됐다. 관람객들은 작품과 전원의 운치에 빠져든다. 작가와 주민이 함께 꾸민 전시회가 열리는 두 마을을 찾았다.

● 공주 원골마을

논에 설치된 모형 학,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호박, 길가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

충남 공주시 신풍면 동원1리 원골마을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들이다. 자연스런 농촌 풍경으로 보이지만 각기 이름을 가진 미술작품들이다.

원골마을은 요즘 온 동네가 미술관이다. 마을 개울.집안.담장 등이 모두 전시공간. 돌.옥수수.항아리.볏짚 등 시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물을 소재로 만든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설치미술전 '예술과 마을(Art and Villige 2001)' 이 이달 초부터 말까지 열리고 있는 것.

'농사는 예술이고 예술은 농사다(農卽藝 藝卽農)' 는 기치 아래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다.

1백50여점이 선보인 전시회에 국내 초대작가 60명외에 주민 73명도 참여했다.

마을 최고령인 조상묵(86)씨 부부는 고목나무의 썩은 부분을 짚으로 덮어 '고목을 위하여' 란 제목을 붙였다. 이창희(45)씨는 자신과 초등학생 아들 2명의 얼굴을 호박에 새겨(작품명 '3父子' ) 집 앞에 전시했다. 마을 앞 논에는 작가 김용수(47)씨의 모형 학들이 조용히 서있다( '침묵' ).

76가구에 2백6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인 이 마을에서 미술전이 열리게 된 데는 작가들의 전시회가 자극이 됐다.

몇차례 열린 설치전을 지켜본 주민들이 "우리도 참여해보자" 며 동참하게 됐다.

하루 평균 3백여명이 이곳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시골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이장 조학묵(54)씨는 "예술활동은 뜻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며 "관람객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 주민들도 작품활동에 의욕을 갖게 됐다" 고 말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 원주 진밭마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서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따라 5.5km 정도 가면 비취빛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온다.

진밭마을로 불리는 취병2리다. 산과 하늘이 맞닿은 오지다.

● 원주 진밭마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서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따라 5.5km 정도 가면 비취빛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온다.

진밭마을로 불리는 취병2리다. 산과 하늘이 맞닿은 오지다.

마을 가운데 소나무.떡갈나무.물푸레나무 등 5백여 그루의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5천여평의 숲 '수풍' (樹風)이 눈길을 끈다.

옥수수 등 밭농사를 짓는 23가구뿐인 이곳은 생태미술의 요람이다.

9년전 이 마을로 이사와 작품활동을 하는 화가 김봉준(47)씨가 '작가에게는 전시공간을, 주민들에겐 관광수입을 주자' 는 뜻에서 기획한 '숲과 마을 미술축전' 이 올해 두번째로 열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풍경' 을 주제로 열리는 행사에 40여명의 미술인이 참가했다.

축전의 중심지 수풍에는 자수 전문가 김문정씨가 형형색색의 무명천을 이어 붙여 만든 대형 조각보 등이 마련됐다. 마을문화회관은 장진영씨의 생태 연작만화를 비롯해 한국화.서양화.사진 등이 전시됐다. 김씨의 작업실인 '산아리' 에서는 토조.목판화 등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정자를 만들고 우마차와 디딜방아를 준비해 작가들과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개막 첫날 7백여명에 이어 평일에도 1백여명의 관광객들이 피서를 겸해 마을을 찾고 있다.

유경순씨(36.경기도 부천시)씨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 딸이 '자연 속 미술전' 을 너무 좋아한다" 고 말했다.

마을 자체의 문화단체인 진밭문화진흥회 총무 임수경(43)씨는 "자연과 사람, 예술이 하나되는 문화축제로 지역 발전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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