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질병연구용 쥐 개발 국가가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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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의 실험용 생쥐인 ‘rasH2 마우스’는 한 마리 값이 최고 100만원이나 하는 귀하신 몸이다. 일본 국립암센터 실험동물중앙연구소에서 1980년대에 개발된 암질환 연구용 유전자 변형 생쥐다. 세계적으로 항암제 연구에 널리 쓰인다. 건강한 일반 실험용 생쥐가 1만원 안팎인 것에 비해 엄청난 가격이다. 특정 질환용 유전자 변형 생쥐는 마리당 보통 50만~100만원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런 고부가가치 생쥐 개발에 나선다. 식약청은 16일 “지난해 발효된 ‘생명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질환모델 마우스 분야에선 처음으로 ‘기탁등록보존기관’으로 지정됐다”며 “생쥐를 생명연구자원으로 국가가 관리할 수 있게 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질환모델 마우스를 신약 개발의 필수적인 생명연구자원으로 인식해 국가 주도로 6000여 종을 개발해 보존·분양하고 있다.

질환모델 마우스는 특정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를 삽입해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질병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각종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때 안전성이나 유효성 평가에 쓰인다. 식약청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는 치매·당뇨병·아토피 피부병 등 3개 질환과 관련된 9개 종류의 유전자 변형 생쥐가 있다. 이외에도 생명공학연구원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서 총 400여 종류가 개발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통합 관리 시스템이 없어 국내에 개발된 생쥐가 있는데도 수입해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식약청 실험동물자원과의 김철규 과장은 “ 일본의 rasH2 마우스처럼 세계 연구자들이 두루 이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마우스를 연구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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