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짓기 운동' 망치소리 무더위 식힌 합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6일 오전 6시30분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사랑의 집짓기 현장. 자원봉사자들을 태운 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대비한 자원봉사자들은 반바지 차림의 가벼운 복장에 손에는 목장갑, 허리에는 연장통을 매달고 있었다. 7시가 넘자 80가구가 입주할 2층짜리 건물 20개동별로 투입된 자원봉사자들의 망치.톱질 소리가 '사랑의 심포니' 처럼 울려퍼졌다.

중앙일보 후원으로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한국 해비타트.이사장 鄭根謨)' 가 오는 10일까지 충남 아산.경북 경산.경남 진주.강원 태백.경기 파주.전북 군산시 등 전국 여섯곳에서 진행하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1백36채 집짓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10여㎞ 떨어진 호서대 인근의 숙소를 떠나 오전 7시30분쯤 현장에 도착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마을회관 뒤 14동 1층에서 부인 로절린 여사와 함께 곧바로 외부벽 덮개 붙이기 작업을 시작했다. 나란히 청바지.흰 상의 차림을 한 이들 부부는 18년째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한 관록을 과시라도 하듯 노련한 망치질 솜씨를 보여 주위의 탄성을 자아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희수(喜壽.77세)의 노익장을 과시, 이날 다섯시간 동안 땀을 흘렸다.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도 여성 봉사자들이 짓는 3, 4동에서 일을 거들었다.

오전 10시50분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자원봉사자들의 환호 속에 현장에 도착, 장병찬(45.목수.충남 아산시)씨 등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金대통령은 "자원봉사자들의 사랑과 헌신이 반드시 성공해 해비타트 운동이 커다란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며 "정부는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올해 중 수도권 9만가구를 포함, 전국에 모두 15만가구를 건설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회장 등 본사 임직원 17명도 이날 세시간여 동안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동(棟)에서 톱질과 망치질을 하며 땀을 흘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외국인 5백여명 등 2천여 일반 봉사자들도 건물 천장에 석고보드를 깔고 지붕을 얹는 등의 일을 하면서 땀을 흘렸다.

염화경(65.뉴욕 거주)씨 등 재미교포 44명도 3만7천달러 기부와 함께 16동에서 마무리 공사에 참가했다. 아버지 권유로 여중생 동생(14)과 함께 참가했다는 김테레(17.영국.고1)군은 "8년 만에 찾은 고국에서 값진 경험을 하게 됐다" 고 말했다.

또 영화배우 김진아(38)씨는 부동산 투자회사에 다니는 남편 케빈 오제이(39)씨와 함께 합판을 나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힘든 줄을 모르겠다" 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아산=조한필.박현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