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황순원 문학상 본심후보 10명씩 선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앙일보사와 계간문예지 『문예중앙』은 올해 새로 제정한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1, 2차 심사를 마치고 3일 본심 후보를 10명씩 선정했다.

각각 시와 소설에 주는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은 작품집 한 권 이상을 펴낸 문인이 지난 1년간 새로 발표한 시와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작 상금은 미당문학상 3천만원, 황순원문학상 5천만원이다. 이 상은 ㈜삼성코닝이 후원한다.

심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해 문단과 독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3심제와 새로운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최종심을 마치고 9월 중 본지에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인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제정 취지와 심사 방법 및 경위, 최종심에 오른 수상 후보들을 발표한다. 수상후보작에 대해서는 2차심사위원들이 해당 작품을 선정.추천한 이유 등을 밝히며 조명해 나가게 된다.

이제 순수의 시대, 전설과 신화의 시대가 묻히는가. 지난해 황순원(黃順元).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선생이 잇따라 타계하면서 많은 문인들과 국민들은 비로소 20세기가 저물었음을 실감했다. 두 선생의 시.소설로 하여 한세기 붙들어 맬 수 있었던 한국인의 마음 자리가 무너져내리고 낯선 21세기로 접어드는구나 하는 상실감.

두 선생의 이름과 문학으로 결코 변해서는 안될 인간성과 한국인의 정체성, 그리고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21세기에도 전하며 확대.심화시켜 나가기 위해 중앙일보는 이 두 문학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올초부터 추진된 문학상 제정 과정에서 황순원 선생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으나 미당 선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미당 생전부터 논란이 돼온 친일.친독재 부분 때문이다.

특히 미당 사후 고은 시인의 강한 비판의 글이 나와 제정 여부를 더욱 신중히 따졌으며 지면을 통해 논쟁의 장도 마련했다.

미당에 대한 논쟁은 올곧은 역사의식에 의한 단죄와 한국 최고 수준의 시적 성과에 의한 옹호로 계속 평행선을 그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당 사후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들은 큰 지면과 장시간을 할애해 미당을 '국민시인' 으로 치켜세워 한국문단의 큰 상실로 받아들이며 추모했다. 이것이 미당에 대한 국민 다수의 정서요 평가이고 정부에서도 "미당에 대해서는 시로 말해야 옳다" 며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또 문화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은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이 한국을 대표해 세계에 가장 알리고 싶은 시인은 미당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일 밝혔다.

이런 국민 다수의 뜻과 정서, 시류에 휩쓸릴 수 없는 '한국인의 마음자리' , 어떤 한 면으로 재단되어서는 안되는 다층적 삶의 깊이와 자존을 위해 중앙일보는 이 상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 많은 문학상이 제정, 운영되며 나름대로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유력한 문학상까지도 상업성 혹은 파벌이나 문단 권력 지향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은 문단과 독자에 팽배한 이런 의혹과 불만을 불식하기 위해 심사의 객관성.공정성은 물론 포괄성과 투명성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후보작 추천.예심.본심의 3심제도를 택하고 지난해 7월부터 6월 말까지 발표된 창작품을 대상으로 7월 초 목록 작성에 들어갔다.

중앙과 지역에서 대표성을 인정받는 31개 문예지를 망라해 조사한 결과 시인 1천5백명의 시 6천5백62편, 소설가 2백30명의 중.단편 3백71편의 작가와 제목, 발표지면을 밝힌 목록이 작성됐다. 이 목록을 두 상 추천위원 각 50명의 문인에게 보내 시는 10편, 소설은 5편씩 추천토록 했다.

추천위원은 등단 10년 이상의 중견급 문인들로 구성했으며 목록 외의 작품 중 주요 작품도 추천케 했다. 특히 지역에 거주하는 문인들에게 추천위원을 3분의1 이상 할애, 지역 문인 작품을 적극 추천케 해 심사 단계부터 지역문인과 소외된 문인들을 적극 싸안으려 노력했다.

이렇게 추천된 작품을 득표순으로 시인 29명의 1백51편을 미당문학상, 소설 30편을 황순원문학상 예심 후보작으로 올렸다. 시는 소설보다 한 작가에 의해 발표된 편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추천작의 분산이 심하기 때문에 시인별로 집계함이 타당하다는 판단에서고 29명인 것은 30위에 동일한 득표를 받은 시인이 20여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예심 후보작이 선정된 7월 27일 두 상의 예심위원 각 5명을 선정, 의뢰하고 다른 예심위원이 누구인지 서로 모른 상태에서 일주일간의 정독을 거쳐 시는 10명, 소설은 5편씩을 추천케 한 뒤 합평회를 열어 그 다득표 순을 최대한 참조하며 본심 후보 10명(편)씩의 선정을 마친 상태다.

예심은 미당문학상 박태일.윤재웅.이경호.이광호.이숭원씨, 황순원문학상 권성우.박혜경.임규찬.정호웅.하응백씨가 맡았다.

예심위원 선정 즉시 심사를 의뢰해 단시일 내 집중적으로 예심을 끝내고 추천.예심을 다득표 우선으로 한 것은 최대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본심도 진행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될 것이다.

이경철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