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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기 왕위전] 이창호-조훈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드넓은 중앙을 공략하라

제4보 (55~79)=한국기원 기사실에선 입회인 유병호8단과 강철민8단 등이 TV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 옆 TV에선 박찬호의 야구가 중계되고 있었다. 조용한 오전이었다.

이창호9단과 박찬호 선수, 둘 다 총각인데 어떤 스타일의 여자와 결혼할까 하는 심심한 얘기도 오가곤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曺9단의 해남대국 기권 얘기도 슬슬 섞였다.

사실은 이것이 화제였고 모두가 궁금하게 여기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인지라 마치 남의 동네 얘기하듯 했다.

모니터에선 曺9단이 55로 지키자 李왕위는 56, 58로 귀를 챙긴다. 曺9단은 이 대목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실리로 따라붙을 수 있느냐. 그게 불가능하다면 체질에 맞지는 않지만 우주류를 펴야 한다.

59로 나가고 61로 씌웠다. 삼삼 정도로는 추격불능이라고 여기고 중앙 넓은 공터에 신천지를 개척하려는 것이다. 69, 71도 마찬가지다. 잔돈은 서슴없이 주고 중앙에서 크게 한건 하려 한다. 흑은 이 순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77은 강수였고 78은 李9단다운 인내의 한 수라기보다는 '정수' 라는 평가가 나왔다. 78로 '참고도' 백1, 3으로 끊는 것은 흑 6, 8, 10으로 살아두는 정도로 백이 후수가 되고 만다. A, B 등의 맛도 나쁘다. 79에 잇자(이곳을 지키지 않고는 중앙을 건설할 수 없다) 李왕위의 시선이 비로소 중앙으로 향했다. 李왕위는 과연 백△들을 움직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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