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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성명 놓고 여야해석 제각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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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로들의 성명에 절대 공감한다. " (한나라당 李會昌총재)

"성명이 (국민)전체의 의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민주당 金重權대표)

언론의 자율개혁 촉구와 함께 정부의 언론탄압 의혹을 제기한 각계 원로 32인의 공동성명에 대해 여야의 해석과 반응이 달랐다.

3일 휴가를 끝내고 당사에 나온 李총재는 "각계 원로들이 사회문제의 공론화를 위한 장(場)이 파괴된 데 대해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며 "파괴된 공론의 마당을 복원하기 위해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갈등.대립.분열을 조정하고 치유하기 위해 '국민통합의 정치' 를 펼칠 것" 이라고 밝혔다. "민생과 경제.교육 등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해 야당이 비록 손해를 보고, 여당이 반사이익을 얻더라도 여당에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하라" 는 당부도 곁들였다.

그러나 李총재는 "불의(不義)를 보고도 말을 않는 게 정쟁 중단이 아니다" 면서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 등 헌법의 기본권이 침해될 경우 끝까지 투쟁하겠다" 고 정쟁 중단이 유효한 한계선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은 "李총재의 입장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원로들의 성명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고 주장했다. 원로들의 성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인 것이다. "대한변협의 법치주의 후퇴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는 논평이 나온 것도 사회 지도층이 여권의 정책에 등을 돌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원로들이 언론개혁 필요성을 강조한데 대해 공감한다. 원로들의 고언을 유념하고 제기된 문제는 의혹 없이 처리하겠다" 고 밝혔다. 하지만 달가워하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안에 따라 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 (金대표), "특정단체들의 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의견을 표시한 것 같다. " (임채정 국가경영전략연구소장)는 등의 언급이 그것이다.

한 당직자는 "원로들이 언론탄압 의혹을 제기한 만큼 자칫 언론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 성명을 한나라당이 적극 활용함에 따라 여당에 불리한 여론의 흐름이 조성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를 나타냈다. 그래서 田대변인은 "원로들의 성명을 변협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한 한나라당의 해석은 원로들의 충정을 왜곡하는 것" 이라는 비난 논평을 냈다.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성명발표를 주도한 몇몇 인사는 한나라당에 우호적" 이라는 주장도 성명의 파괴력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일.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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