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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원로 32인 성명 "민주주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2인 공동성명' 은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더욱 심각해진 사회분열에 대해 비교적 중도 입장에 있던 우리 사회의 원로들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서명인사들은 특히 그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온 각계의 '보혁 갈등' 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양측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서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 "현 상황 민주주의 위기" =사회 원로들은 "언론 세무조사로 사회 전체가 양극화하고, '보수' 와 '진보' 언론이 선동적인 기사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등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송월주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신문이 치우쳐서 보도하면 어떤 방송이 되받는 등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것이 독재정권에서도 못 봤던 살벌한 분위기" 라며 "보수와 진보가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로들은 "지식인들이 침묵을 깨고 사회적 발언에 나서야 하며 언론 스스로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할 공정한 언론개혁 감시운동이 등장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 "자율개혁 원칙" =원로들은 또 "언론 자율개혁이 원칙" 이라며 사주.편집간부.일선기자들의 자성(自省)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대적 과제인 언론개혁을 위해 언론 스스로 ▶권력과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독자의 알 권리 존중▶투명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번 성명은 그동안 언론개혁 논의에서 빠져왔던 KBS 등 정부지배 매체들의 소유구조 개혁도 제기해 주목된다.

아울러 성명은 기존 언론개혁운동이 사회 전체의 충분한 토론을 통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며 공정한 언론개혁 감시운동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현재 1백여개 단체의 명의를 앞세워 언론개혁을 주장했지만 제대로 의견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 며 비판한 뒤 "앞으로 공청회를 열어 다양한 비판적 목소리를 포괄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 고 말했다.

***14일前 토론끝 초안 마련

◇ 성명배경=지난달 20일 시민단체 대표 7~8명이 비공식 토론을 통해 초안을 마련한 뒤 각계 원로들의 동참을 제의했다.

"그동안의 언론개혁 논의가 극단적 편가르기로 나타나 수습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었다" 고 한 성명 참여인사는 전했다. 이후 10여 차례 수정을 거쳐 성명이 완성됐다. 그러나 발표까지는 소속 단체 사정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거나 발표 직전 이름을 빼는 경우도 있었다.

서경석 목사는 그러나 "서명을 못한 원로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성명문안을 현 시국을 수습할 정론(正論)으로 평가했다" 고 밝혔다.

홍주연.정효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원로 32명 명단>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송월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강문규 새마을운동중앙회장.박형규 전 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이세중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김진현 전 문화일보 회장.손봉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강우일 가톨릭서울대교구 주교.이윤구 인제대 총장.이한택 서강대 총장.유재천 한림대 부총장.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손인응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상임회장.서경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송보경 서울여대 교수.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김재옥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모임 회장.김영래 한국정치학회장.박명광 전 경희대 부총장.성타 불국사 주지.유재현 녹색미래 대표.이승영 한국교회언론위원장.강영안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표.김인환 고려대 교수.신대균 전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정수복 시민운동연구소장.윤건영 경실련 정책위원장.정갑영 연세대 교수.이해익 경영컨설턴트.유태선 예장통합교회 목사.김성수 KSDN본부장.김동흔 경불련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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