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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단 고이즈미 어디로 가나] 中. 마찰자초 '튀는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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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참의원 선거 압승 후 대두된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가 외교다.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이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의 외교에서는 '기대 이하' 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의식해 지나치게 내정에 치중하고 외교를 포기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고이즈미가 정치에만 신경을 쓰는 동안 외무성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과 관료들의 힘겨루기로 마비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선거 후 외무성 문제에 간여하는 등 외교 관리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고이즈미가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그동안 뒷곁에 뒀던 외교 문제를 챙길 것" 이라며 "우선 한국.중국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대(對)한국.중국 외교=가장 큰 현안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고이즈미가 참배하면 한국.중국이 대사소환.교류중단 등 초강경 대응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이 한국.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심각한 국제고립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고 강조했다.

대부분 언론이 반대하는 가운데 자민당 최대 파벌 하시모토(橋本)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시모토파의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전 간사장은 31일 야스쿠니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외무성에서도 참배 날짜를 변경하거나 개인 자격 참배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는 31일 "연립 3당의 의견을 들어 숙고하겠다" 고 말했지만 참배하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과는 남부 쿠릴열도 꽁치조업 분쟁, 중국과는 농산물 세이프가드 등의 무역마찰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들 문제와 맞물려 일본 외교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우익 성향이 짙은 고이즈미가 집단적 자위권 실현, 유사법제 정비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동북아 외교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을 전망이다.

◇ 대 미국.유럽 외교=고이즈미가 거듭 강조한 '미.일 안보 중시 정책' 은 변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미국과는 ▶새로운 미사일방어(MD)협력문제▶미국의 교토 의정서 복귀 설득▶오키나와(沖繩) 미군 훈련 감축 문제 등 현안이 적지 않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일본에 헌법 제9조의 해석을 변경해서라도 MD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각론에서는 의견차가 많아 이른 시간 안에 진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유럽과도 관련된 중요 문제다. BBC 등 유럽언론들은 "고이즈미가 교토의정서에 비준하기를 희망한다" 고 밝혔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주요 국제현안에서 너무 재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며 "미국을 설득하느냐가 고이즈미의 외교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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