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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DJ 탄핵론 제기는 무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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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의 역사적 이미지와 총재의 엘리트적 이미지를 감안할 때 중산층.서민에 대한 친화성과 미래지향성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

한나라당 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지지율이 정체상태" 라며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여론분석 및 대응방향'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기획위는 정세를 분석하고 당의 전략을 짜는 핵심 기구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보고서는 李총재에게 "새로운 정치행태를 몸소 실천하고, 경제와 민생을 적극 챙기는 지도자상(像)을 가꿔나가야 한다" 고 주문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집권 전의 편향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로 선회함으로써 지지기반을 넓혔다" 며 중산층과 서민층에 다가가라는 제안도 내놓았다. "빈부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계층 문제가 이슈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여권이 '기득권층 대 중산층.서민' 이라는 구도로 몰아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총재의 지지율을 분석하면 아직까지 총재 개인에 대한 고정 지지층 형성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면서 "총재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도를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치보복 없는 화합정치 의지 피력▶민생 현장 방문▶ '서민 속으로'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집중 이벤트의 기획 등을 제안했다. 李총재가 최근 천명한 '여야 정쟁 중단' 도 보고서에 들어 있다. 보고서는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이 현재보다 진보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고, 지식인층에서도 이런 지적을 한다" 는 근거를 댔다.

최근의 정쟁으로 야당이 더 손해를 봤다는 지적도 들어 있다. "여권의 강공 전략에 대한 대응 미스로 야당의 지지율이 더 많이 감소했다. (이재오 총무의)金대통령 탄핵론 제기는 무리수였다" 고 꼬집은 것이다.

"국민은 여야 중 어느 쪽이 지나친가를 냉정히 지켜보고 있다" 고 강조한 보고서는 "탄핵론은 정권의 개혁 문제점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된 대한변협의 이슈 제기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 분석했다.

또 "탄핵론은 또 우리당에 대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 고 몰아붙이는 여당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갖도록 했다" 고 힐난했다.

남북 문제와 관련, 보고서는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해야지 색깔론식 정치공세로는 오히려 반(反)통일세력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8.15 직전 '평화와 지원의 교환' 이라는 전략적 상호주의를 상징하는 대북(對北)제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했다.

이상일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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