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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식 연출 손진책 "전통 · 첨단의 한마당 꾸밀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1980년대 초반 '마당 놀이' 라는 생소한 장르를 TV를 통해 안방에 소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극단 미추의 대표 손진책(54.사진)씨.

그가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연출자로 선정된 손씨가 개막식 행사 제작 공동대행사인 제일기획.금강기획 관계자들과 함께 무대가 될 경기장을 사전 답사한 것이다.

꽁지머리를 한 손씨는 축구전용구장을 둘러본 소감에 대해 대뜸 "이곳도 일종의 마당이지요" 라고 입을 열었다. 수십년간 연극과 TV 마당놀이 연출을 통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노하우를 터득한 손씨에게 월드컵 개막식은 규모가 커졌을 뿐 또 하나의 연출 마당에 불과한 것이다.

번역극 일색이던 70년대 중반 전통 설화에 탈춤.판소리 등을 가미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손씨가 수십억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개막식 연출자로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통의 현대화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손씨의 작업 스타일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로 선정되기에 적절했다는 평가다.

"한국적이면서도 외국인들이 공감할 만한 행사로 꾸미겠다" 고 포부를 밝힌 손씨가 계획 중인 개막식 이벤트는 세가지다.

"71년 만에 처음으로 동양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인 만큼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동양정신을 구현한 퍼포먼스▶한국의 첨단 IT기술과 문화를 접목시킨 IT쇼▶세계인들을 축구를 통해 하나로 묶는 만남의 장 등을 마련하겠다" 는 것이다.

손씨에게 주어진 공연 시간은 개막 경기가 열리기 전 30~40분 간이다. 8월까지 기본 컨셉을 확정하고, 10월까지 세부계획을 세운 후 11월부터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극단 미추와 미추 연극학교 운영, 부인 김성녀씨와 함께 재직하고 있는 중앙대 국악대학 창작음악극과 교수 등 1인3역으로 하루 24시간이 짧은 손씨는 11월부터는 개막식 준비에만 몰두할 생각이다.

아이디어를 위해 가끔 축구장도 찾을 계획이라는 손씨는 "개막식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국가적인 이벤트로 만들고 싶다" 고 밝혔다.

글.사진=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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