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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3개국 주한 대사·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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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좌담회에 참석한 대사들과 전문가들이 중남미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황의승 외교부 중남미 국장, 페드로 파울루 아숨프상 주한 브라질 대사, 이석영 무역협회 부회장, 로돌프 로드리게스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 하이메 아이엔데 주한 칠레대사 대리, 김원호 대외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변선구 기자

남미는 우리에게 '기회의 대륙'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어 거리상으로 가장 멀고, 그간 교류도 적었지만 그만큼 앞으로 협력할 여지는 많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앞두고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남미 3대국'대사(칠레는 대사 대리)를 초청해 중남미와 한국 간 현안을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석영 무역협회 부회장의 사회로 지난 3일 이뤄진 좌담에는 외교통상부 담당국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전문가도 참여했다. [편집자]

▶사회=이석영 (무역협회 부회장)

▶페드루 파울루 핀투 아숨프상 (주한 브라질 대사)

▶로돌포 로드리게스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

▶하이메 아이엔데 (주한 칠레 대사 대리.참사관)

▶황의승 (외교통상부 중남미국장)

▶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정리=최지영 산업부 기자

▶사회=올 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후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하지만 거리 때문인지 중남미 지역경제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이해는 아직 낮은 것 같다.

▶아르헨티나 대사=아르헨티나는 1983년부터 민주화 변혁의 과정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새 대통령 선출 이후 정치가 안정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브라질 대사=브라질은 지난해 1월 룰라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시장개혁을 추진 중이다. 처음 룰라가 대통령이 됐을 때는 좌파 대통령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있었지만 긴축재정을 이전보다 확고히 밀고나가는 모습에 투자자들이 신뢰를 보이고 있다.

▶김원호 소장=특기할 만한 사항은 중국이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력.자원 등에서 중남미 국가들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중남미의 원자재 대국들에 호재가 될 것이다.

▶브라질 대사=중국은 큰 기회이자 경제적으로 큰 도전이다. 피할 순 없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중남미 국가들에는 '경제 현대화'가 지상과제다. 그동안 브라질의 경제 악순환 원인은 올바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시장개혁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 등 한국의 상황에도 통할 법한 키워드가 많이 나온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

▶아르헨티나 대사=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민주화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공평한 소득분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양국 정부의 중도좌파적인 성향도 흡사해 협력의 여지가 더 많은 듯하다. 특히 인권은 아르헨티나가 역사적으로 매우 아픈 분야다. 현재는 노동분야와 일자리 창출에 정부의 최우선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황의승 국장=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남미를 방문한 이래 이번이 8년 만의 중남미 순방이다. 지난번과 비교해 보면 90년대에는 중남미 경제가 호전되는 추세였고, 한국도 경제상황이 좋아 당시에는 2000년까지 양측 교역이 200억달러, 대 중남미 투자 100억달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후 양쪽 경제에 어려움이 커져 96년 이후 한국-중남미 경제교역이 오히려 침체기로 돌아섰다. 지난해 교역규모 134억달러는 96년에 비해 한발도 못 나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이 좋다. 중남미와 한국 모두 경제회복기이고, 특히 한국의 경우 대외관계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회=나라별로 협력을 희망하는 분야가 다를 텐데.

▶브라질 대사=브라질은 특히 한국의 발전한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다. 한국 정부가 IT협력센터를 멕시코에 2001년, 칠레에는 올해 초 만들었는데 이를 브라질에도 설치했으면 좋겠다. 또 특정 기술이나 산업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화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다. 브라질은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아르헨티나 대사=IT 일류국가인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통상분야뿐 아니라 문화교류가 활발해져야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한국-상파울루 간 직항로 개설도 희망한다. 과학기술 분야는 특히 긴밀히 협력할 대상이다.

▶칠레 대리대사=일단 두 나라 국민이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른다. 언어장벽이나 지리적인 거리 때문이다. 하지만 뉴질랜드.호주는 중남미와 멀지만 자신들의 문화 소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적 이미지가 고양되면 통상 등 다른 부문에도 긍정적 여파를 미치게 마련이다. 서로 간에 영화 수입을 늘리고,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칠레에서 언어 연수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사회=WTO체제 아래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농수축산물 개방 문제다. 농수축산물 수출대국인 중남미 국가들과 수입국인 한국이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칠레 대리대사=한국은 농산물에 대해 보호주의적 입장을 강조해 왔고, 칠레 국민들은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점차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앞으로 개방 폭을 키우길 바란다. 당장 급한 현안은 관세 장벽이 아니라 검역 장벽이다. 육류 검역을 신청하는 데에만 최고 몇년이 걸리기도 한다.

▶브라질 대사=브라질도 닭고기 수출에 관심이 있지만 한국의 검역 시스템이 까다로워 현재는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수출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아르헨티나 대사=동감이다. 소.닭고기 검역정책 측면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을 원한다. 농업이나 축산업뿐 아니라 목재 가공이나 광업 등 아르헨티나가 경쟁력을 지닌 분야가 많은데 이쪽에 한국이 많이 투자했으면 좋겠다. 특히 칠레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FTA를 맺었으면 한다. FTA가 돼야 양쪽이 산다.

▶사회=칠레의 경우 한국과 FTA를 체결한 최초의 국가다. FTA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어떤가.

▶칠레 대리대사=한국은 FTA가 처음이지만 칠레는 이미 페루.캐나다.미국.멕시코 등과 FTA를 체결했다. 한국과의 FTA는 발효된 지 얼마 안 돼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지만 교역규모가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또 FTA 덕분에 칠레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 상호 간에 관심이 증대됐다. 많은 사람이 상대방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 앞으로 교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사회=경제뿐 아니라 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다. 중남미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새겨둬야 할 점은.

▶김 소장=원자재 가격 상승이 관건이다. 기업 입장에선 자원 확보와 개발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수출시장에 관해서는 중남미가 유럽 등 세계 많은 지역과 FTA 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칠레 외에 다른 지역에선 역외 국가로 분류되는 데에서 오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FTA 체결 전까지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현지화' 전략이다.

최지영 산업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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