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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안경 구하기 힘들다던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Q) 지난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남한에 온 북한 주민들이 안경을 구하기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특히 돋보기가 부족해 노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죠. 북한의 안경 사정은 어떤가요. 양승일(38.서울 서대문구 연희1동)

(A)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 당 간부나 지식인 계층이거니 하고 생각한답니다. 북한의 각종 사진자료에서 확인되듯이 안경을 착용한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남한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죠.

안경산업은 다른 경공업과 마찬가지로 낙후돼 생산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질이 높지 않아 눈 나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안경 생산공장은 평양에 있는 '보통강 광학유리생산협동조합' 이며, 지방에선 생필품을 주로 생산하는 8.3 인민소비품 생산기업들이 안경을 만들어냅니다. 군수산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의 군수용 광학공장들이 안경을 부분적으로 생산하기도 하죠.

북한에서는 여전히 안경 렌즈가 유리 위주이고 세계적인 추세인 플라스틱 렌즈는 드문 편입니다.

탈북자 崔모(40)씨에 따르면 북한산 안경은 안경알이 대체로 두껍고 시력 측정이 정밀하지 못해 2~3개월 만에 바꾸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안경이 꼭 필요한 사람은 외화상점에서 일제.독일제 등을 살 수밖에 없으나 가격이 30~50달러 정도로 비싸 큰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해외 출장자들에게 안경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죠. 특히 근시나 난시가 심한 경우에 그렇습니다.

돋보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노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남한에서 북한에 '돋보기 보내기 운동' 을 전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안경 부족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색안경)가 북한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실용적 목적 못지 않게 멋을 부리고 싶은 '패션감각' 이 작용하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운전자들이 선글라스를 많이 착용합니다. 햇빛을 많이 접하는 직업이라 눈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죠.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 지난해 12월호는 '색안경과 눈보호' 라는 기사를 실어 색 짙은 선글라스는 사고를 낼 우려가 있으니 연한 색을 택해야 한다고 운전자들에게 충고하기도 했지요.

한때 북한의 선전화보집들은 농민들이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것을 감안해 농민들에게 선글라스를 지급한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그런 홍보기사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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