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단편영화극장' 29일 1백회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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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EBS '단편영화극장' (일요일 밤 12시30분)이 오는 29일 방송 1백회를 맞는다.

1999년 9월 '국내 최초의 단편영화 전문 프로그램' 이란 기치를 내걸고 첫발을 뗀 이 프로에서 그동안 소개된 작품은 모두 1백76편(극영화 1백43편, 애니메이션 33편). 사회변혁을 갈망하는 청년혼이 담긴 80년대의 흑백 습작물부터 디지털 시대의 재기발랄하고 실험성 가득한 최근작까지 망라했다.

사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단편영화는 영화학도들의 실습용 작품이나 장편 데뷔를 기다리는 신진 감독들의 통과의례 정도로만 여겨졌다. 또 실험성이 강해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편견도 생겨났다.

그러나 99년 5월 송일곤 감독의 '소풍' 이 국내 단편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단편영화극장' 도 그 무렵 시작됐고, 열성 팬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특히 미래의 영화 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젊은 감독의 작품을 활발하게 소개하는 동시에 영화 지망생을 창작의 열기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단편영화극장' 의 순항에 영향을 받아 KBS 2TV도 올 초 '단편영화전' (금요일 밤 12시50분)을 신설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의 중심에는 자신을 '방송인이 아닌 영화인' 으로 부르는 이승훈(35)PD가 있다. 95년 EBS '시네마 천국' 을 맡으면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단편영화의 코드를 유심히 읽으면 주류 상업영화의 전개 방향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한국영화를 짊어질 신인 감독들의 활동 폭을 넓혀주고, 일반 관객과 단편영화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소풍' 과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햇빛 자르는 아이' 등의 반응이 가장 좋았고, '비오는 날의 부침개' , 애니메이션 '등대지기' , '으랏차차' 등의 인기도 컸다고 한다. '우중산책' '호모 비디오쿠스' '내 컴퓨터' 등 유명한 단편들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9일 1백회 특집에선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뽑힌 '햇빛 자르는 아이' 가 방영된다. 또 영화계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를 소개하고 그동안의 성과.의의 등도 정리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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