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주5일 근무 쟁점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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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5일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라" 고 지시한 것을 계기로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논의가 상당히 진척돼 8월 말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걸림돌은 적지 않다.

◇ 경과=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근로시간 단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같은 해 10월 23일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업종과 규모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연간 근로시간을 2천시간 이내로 줄인다는 것이었다.

원칙은 ▶법정 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해 5일 근무제를 도입하며▶휴일.휴가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조정하고▶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게 한다는 것이었다.

◇ 쟁점추가 논의를 통해 그동안 세부 시행방안에 대한 이견이 많이 좁혀졌다.

아홉 가지 쟁점 중 초과근로시간의 임금을 현행대로 1.5배 주고 초과근로시간을 1년 단위로 따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며, 일하지 않는 휴일을 무급화하는 등 여섯 가지 쟁점은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연월차휴가 조정, 생리휴가 존폐,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 등 세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연월차휴가는 월차휴가를 폐지하는 식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지만 최종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노동계는 연월차휴가를 현재처럼 최소한 22일로 유지하거나 10일 연차휴가의 '개근' 이라는 조건을 완화하자고 한다. 경영계는 토요일을 쉬는 만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도 15일을 상한으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생리휴가 존폐는 더 폭발성이 있는 쟁점이다. 노동계는 현행유지를, 경영계는 무급화 또는 폐지를 주장한다. 여성계의 반발이 더 큰 걸림돌이다.

◇ 전망=정부의 의지가 강해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도 높고, 그동안 주요 쟁점들이 많이 정리됐다.

노동부는 노사 양측의 결단만 남았다고 보고 합의 도출 시한을 8월 말로 정했다. 하지만 정부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 이라면서 "주5일 근무의 명분이 아무리 좋다해도 내년 각종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반발하는 안을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노사정위에 민주노총이 빠져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민주노총은 현재 6.12 연대파업 이후 정부와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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