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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202년 장수기업의 구호 "과거를 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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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년 넘게 세계 화학산업을 이끌고 있는 듀폰(Dupont)의 장수비결은 뭘까. 지난주 한국을 찾은 듀폰의 최고경영자(CEO)인 찰스 홀리데이(56.사진)회장은 본지와의 단독회견에서 "변화는 기업의 생명줄이다. 하지만 끝없이 변하면서도 회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지킨다"고 듀폰의 경영 전통을 설명했다. 그가 변화를 강조하면서 내세우는 말은 '너무 늦기 전에 과거를 잊어 버려야 한다'(Lose the past before it's too late)이다. 이를 위해 홀리데이 회장은 "변화돼야 할 대상이 뭐고 어떤 게 유지해야 할 대상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경영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듀폰은 최근 화학기업에서 생명공학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홀리데이 회장은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생명과학의 비중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화학기업이 아니라 생명과학기업"이라고 단언했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듀폰의 매출 중 생명과학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그쳤다.

듀폰은 아시아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홀리데이 회장은 듀폰의 CEO론 처음으로 아태지역을 총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듀폰의 아시아시장 매출은 매년 20%씩 늘어나고 있고, 2010년까지 두자릿수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홀리데이 회장은 "한국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한국은 듀폰의 해외 진출 나라 중 성장속도가 빠른 '톱 5위'시장"이라고 꼽았다. 지난해 한국듀폰의 매출성장률은 30%에 달했다. 이는 전자.건설.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듀폰의 주력 소재산업과 성장을 같이한 결과라고 그는 설명했다.

소재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듀폰이지만 소비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홀리데이 회장은 "돈을 많이 버는 데도 소비재가 도움이 된다(웃음)"며 "'듀폰'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소비재 시장"이라고 말했다. 산업재용 필터를 활용해 소비자용 정수기필터 시스템을 시판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하나다.

홀리데이 회장은 듀폰이 양보하지 않는 가치로 '연구개발(R&D)'을 들었다. 그는 "R&D의 절반은 4년 이후의 시장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만 해도 5년 전에 상용한 제품이 매출의 20%를 차지했는데 올해엔 이 비율이 31%로 높아질 정도로 제품 사이클이 빨라져 R&D 투자를 소홀히 하곤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듀폰은 화학과 생명공학의 개념을 바꿀 혁신적인 R&D를 추진 중이다. 미 정부와 각각 3300만달러를 들여 하고 있는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식물을 원료로 하는 제련)란 프로젝트다. 옥수수에서 섬유를 뽑아내고, 식물에서 연료와 전기를 생산하는 일이다. 옥수수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기술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듀폰은 자신들의 강점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종자(Seed)회사인 특성을 살려 종자 개량과 유전공학을 접목하고 있다. 홀리데이 회장은 "듀폰이 내놓는 종자의 50%가 농약을 덜 쓰고, 물을 덜 줘도 잘 자라며, 병충해의 영향도 적게 받는 '유전적으로 개선된(genetically enhanced)' 종자들"이라고 소개했다. 홀리데이 회장은 차세대 경영진의 포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50년대까지 듀폰 패밀리가 회사를 운영했으나 그 이후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 경영인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며 "앞으론 마케팅 전문가가 회사를 이끌 것"이라고 점쳤다.

글=최지영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 듀폰사는=창업주인 E I 듀폰이 1802년 미국 월밍턴 근처의 농장에 세운 화약공장이 듀폰의 첫 사업장이다. 여기서 만든 화약은 터널.철도.광산 개발에 대량 쓰였고 듀폰의 성장 발판이 됐다. 1903년 듀폰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세계 처음으로 만든 민간 '듀폰 중앙 연구소'는 지금까지 나일론.인조대리석 등 1800여종의 산업용 신소재를 개발했다. 세계 11개국에 있는 75개 연구소는 한해 13억달러가 넘는 연구비를 쓴다. 지난해 27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듀폰의 18번째 CEO인 찰스 홀리데이 회장은 30여년 동안 듀폰에서 일한 듀폰맨이다. 아태지역 총괄사장을 거쳐 98년 CEO로 취임했고 99년 이사회 회장에 올랐다. 미 테네시대 산업공학과를 나온 그는 기술사 자격이 있는 엔지니어다. 미국 공학한림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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