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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센트럴파크엔 문화의 향기 '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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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낮 최고기온 32도를 오르내리는 뉴욕의 여름. 석양 노을이 맨해튼의 마천루를 비출 때면 센트럴 파크는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10일 저녁 뉴욕 센트럴 파크 주변은 뉴욕필하모닉의 무료 야외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4만5천명의 시민들로 일대 혼잡을 빚었다.

잔디밭에 깔고 앉을 담요는 필수품이고 아예 피크닉용 탁자와 의자를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와인에다 파스타 샐러드.과일.케이크를 바구니에 싸들고 마치 소풍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오후 8시. 그레이트 론(넓은 잔디밭)에 시민들이 꽉 들어차자 쏟아지던 소나기도 어느새 멈추고 시원한 바람소리.새소리와 함께 뉴욕필과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엮어낸 '번스타인 특집' 이 펼쳐졌다.

바쁘게 살아가는 뉴요커들에게 번스타인의 음악은 마치 오아시스의 샘물처럼 행복하게 울려퍼졌다. 아예 자리에 드러누워 음악을 듣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은 올해로 37년째를 맞는 뉴욕필의 파크 콘서트. 21일까지 맨해튼.브루클린.뉴저지.코네티컷.워체스터.롱아일랜드 등지의 공원을 옮겨다니며 무료 음악회를 꾸민다. 뉴욕필의 센트럴파크 야외음악회는 1995년부터 타임워너사가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실황을 NY1 채널로 생중계해오고 있다.

야외음악회에는 확성장치가 필수다. 지난 90년부터 특별 제작한 대형 이동천막에는 잔디밭에 우뚝 서 있는 25개의 스피커 타워에 무선으로 음향신호를 보내는 첨단 장비가 설치돼 있다. 뉴욕시의 지원으로 제작한 이 이동식 무대는 매년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같은 장소에서 여는 야외 무료 오페라 공연장으로도 사용된다.

뉴욕 필하모닉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뿐만 아니다. 센트럴파크 서머스테이지(http://www.summerstage. org)에선 해마다 30여 차례의 록 공연과 오페라.댄스.낭송회 등의 무료 이벤트가 열린다. 비영리 재단인 시티파크재단이 1986년부터 연간 4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뉴욕그랜드오페라도 여름철엔 이 곳으로 주무대를 옮긴다. 다양한 여름 공연이 열리기 전 마약과 퇴폐행위의 온상이었던 센트럴 파크가 이젠 여름 문화공간의 중심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것이다.

미국 오케스트라의 여름철 야외 무료공연은 뉴욕필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4만5천명의 관객을 맞는 보스턴심포니, 라비니아 페스티벌로 여름 무대를 옮기는 시카고 심포니, 매년 7월 4일 퍼블릭 스퀘어에서 연주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도 무료 야외공연의 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뉴욕=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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