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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차기 대선 후보군 경쟁 고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내 차기 대선 후보군의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 "당내의 차기 대선 후보 논의를 자제하라" 고 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22일 당사를 찾아 '3강(이인제.노무현.김근태)구도' 를 언급하면서 대선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노무현(盧武鉉)고문이 "양강(兩强.이인제-노무현)체제라고 하는데 조금 있으면 내가 추월할 것" 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노골적인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한 분위기다.

또 7월 초부터 전국을 도는 '민생 투어' 를 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22일 경기도 가평에서 재향군인회원들에게 '21세기 남북.안보 문제' 특강을 했다. 김중권(金重權)대표도 이날 성남지역 벤처단지를 방문한 뒤 지구당사에 들러 당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金대통령의 지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당의 정책과 국정 운영 방향을 알리기 위한 차기 후보들의 대국민 접촉은 바람직하며 사실상의 권장사항" 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의 분위기가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장외집회를 강행하는 마당에 여권은 효과적인 대응방법이 없어 절박하다" 면서 "차기 후보군이 직접 국민과 만나 국정을 홍보하는 게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현 정국이 긴박하다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당정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치적 변수가 사라져 차기 후보군은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인 8월이 승부수를 던질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인제 위원은 민생투어를 할 때 인근 지구당뿐 아니라 시장.군수 등도 꼭 방문한다. 유대감을 깊이 심어주기 위해서다. 노무현 고문은 '부산.경남의 지지도와 당내 후보가 될 가능성은 서로 비례한다' 는 판단 아래 거의 매 주말 부산지역을 찾는다.

김종혁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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