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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서울국세청장 숨바꼭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국세청장 나와라. " (한나라당 李在五총무)

"연락이 안됩니다. " (서울국세청 관계자)

한나라당 언론자유수호특위 소속 의원 10명이 19일 오전 서울국세청을 찾았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현장 조사를 위해서다. 조사단은 이재오(李在五)총무가 이끌었다. 서울국세청은 세무조사의 실무 집행기관이다.

그러나 손영래(孫永來)청장은 자리를 비운 채 나타나지 않았다. 실무를 담당한 조사1~4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서울국세청측은 "孫청장은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 상황을 독려하기 위해 일선 세무서를 순시 중" 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청장에게 빨리 연락하라" 고 다그치자 진병건(陳炳建)서울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은 "孫청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 고 답했다.

"오만방자한 행동" (金榮春의원)이라는 등 고함이 터져나왔다. 일부 의원은 탁자를 치며 흥분했다.

박종희(朴鍾熙)의원은 孫청장과의 휴대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의원들이 孫청장의 차량 운행 일지와 연간.월간.주간 일정표 제출을 요구했지만 국세청측은 "자료가 없다" 고 버텼다.

남경필(南景弼).이병석(李秉錫)의원 등은 같은 건물 4층에 있는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실을 찾았다가 "안 계신다" 는 말에 그대로 돌아섰다.

화난 의원들은 서울국세청 7층 회의실에 모여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농성을 벌이다 "孫청장이 자리를 비운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본다" 며 8시간 만인 오후 7시쯤 해산했다.

이에 앞서 孫청장은 특위 앞으로 '서울국세청의 입장' 이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서울국세청은 검찰에 언론사를 직접 고발한 해당 기관이므로 의원들의 방문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문을 수용할 수 없다" 고 못박았다.

이에 한나라당은 "국정 거부.방해 행위다.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 (張光根수석부대변인)고 반발했다.

李총무는 출발에 앞서 "국세청 조사국 직원에게서 '언론사 세무사찰이 정치적으로 진행됐다' 는 내용의 세번째 제보 편지를 받았다" 며 이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국세청이 공정하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자금도 세무조사해야 한다" 는 주장이 들어 있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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