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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 이어 태고종도 내분 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조계종에 이어 둘째로 큰 불교종단인 태고종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현 집행부 혜초 총무원장 체제에 대해 전 총무원장 인곡 스님을 중심으로 한 일부에서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인곡 스님 등 80여명의 승려는 지난 10일 '종단바로세우기연합' 발기인대회를 열고 "총무원장이 종단의 혼란을 초래한 인사를 교체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며 "종단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총무원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승려대회를 열어 과도집행기구를 구성하겠다" 고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20일 전국승려대회 준비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승려대회 일정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현집행부 혜초 총무원장측은 "종단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해종(解宗)행위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 징계하겠다" 는 입장이다.

총무국장 도각 스님은 "현 총무원장은 지난 종회에서 내분을 일으켰던 종단내 양대 세력이 합의, 추대한 분으로 이제 취임한 지 몇달 지나지도 않았다. 추대했으면 일할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는가. 종단 집행부 인사에 불만이 있다고 집단행동을 해선 안된다" 고 말했다.

승려대회란 불교종단의 행정부격인 '종무원' 이나 국회격인 '종회' 와 같은 정상적인 의사결정기구를 불신하는 승려들이 초법적인 차원의 결의를 위해 모이는 일종의 민회(民會)형식. 불교종단의 종헌.종법상에 규정된 기구나 형식은 아니지만 조계종과 같은 경우 대립국면을 해소하는 최후의 해결방안으로 사용돼 왔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태고종 종무원 청사로 쓰이고 있는 서울 성북동 불교회관을 점거하기 위한 무력행사나 이에 따른 분종(分宗.종단의 분열)의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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