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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와이드] 가자! 피서 쇼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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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맛비가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더위로 달아오르는 도심.

잠시 외출이라도 하려면 짜증스런 날씨 때문에 선뜻 나서기 힘들다. 멀리 갈 것 없이 수만평의 넓은 공간에 에어컨 바람 빵빵하고 놀거리.볼거리가 넘치는 대형 복합시설이 도심 피서지로 인기다.

"처음엔 야외 놀이공원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하루종일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았죠. 여기는 지하인데도 분수까지 있어요. "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6일 오후 2시. 주부 성혜숙(32.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가족 나들이 코스로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찾았다. 집에서 승용차로 40여분 만에 도착한 이 곳은 건물 전체가 냉방이 완비돼 세살난 딸이 뛰어 놀아도 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성씨 부부는 우선 지하 1층 복합영화관에 가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슈렉' 을 예약한 뒤 패스트 푸드부터 한식.일식까지 파는 '월드푸드 코트' 에 들러 간단히 요기했다.

이번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대형 서점. 성씨는 "직업상 전문서적을 읽어야 하는 남편은 물론 그림책 등 아동서적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고 말했다.

영풍문고 센트럴시티점에서 아동코너를 담당하는 장영숙(27.여)씨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 몇시간씩 책을 읽는 엄마들이 매일 수십명에 달한다" 고 전했다.

특정한 장소뿐 아니라 시원한 지하공간 전체가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다. 바닥에 대리석이 깔린 센트럴시티에는 최근 롤러블레이드나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킥보드를 타러 일주일에 한두번 이곳에 온다는 이효은(13.서울 서초구 반포동)양은 "운동한 다음 친구들과 팬시점을 둘러볼 수도 있다" 고 좋아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1층 대형 오락실 'DMZ' .

간단한 전자오락에서부터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는 최신 게임에 이르기까지 수백여종의 기기가 들어찬 이곳에서 최호영(35.회사원.서울 송파구 잠실동)씨가 딸 효원(5)양과 말타기 게임을 즐기고 있다. 실물을 본떠 만든 말 안장에 앉아 화면을 보며 실제로 말타는 듯한 기분을 체험하는 게 좋은지 효원이는 게임기를 떠날 줄 모른다.

최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설이 많고 각종 전시회나 공연이 열리기도 해 여가를 보내기에 적당하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과 센트럴시티도 이같은 대규모 오락실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이곳에서 아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는 부부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특수 안경을 쓰고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좌석에 앉아 와이드 영상에 빠져보는 입체 영화관 '메가라이드' 는 코엑스몰이 자랑하는 특이한 볼거리. 성인 1만4천5백원, 중.고생 1만2천원으로 다소 비싼 게 흠인 대형 수족관 '코엑스 아쿠아리움' 도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날 오후 8시 10여편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메가박스' 매표소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예매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여자친구와 왔다는 대학생 이정렬(25.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마지막 데이트 코스로 심야 영화를 보기로 했다" 고 말했다.

제대로 된 피서를 즐기려면 훌륭한 먹을거리가 필수. 센트럴시티에는 비교적 저렴한 개방형 식당가에서부터 외국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백화점 식당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파는 업소들이 즐비하다. 코엑스몰은 내부 식당가 외에도 외부 아셈타워 주변에 소문난 맛집들이 많아 외식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홀리스 등 유명 커피 체인점과 퓨전 레스토랑 등도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테크노마트 6층 컴퓨터 매장 역시 여름철 피서와 알뜰쇼핑을 즐기는 데 제격이다.

지난 17일 오전 김경훈(40.회사원.서울 광진구 구의동)씨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최신 컴퓨터 게임용 CD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 부자(父子)는 매달 두세차례 이곳에 와 새로 출시된 게임을 조사한다.

김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구경하다 보면 더위를 잊고 평소 나누지 못했던 얘기도 쉽게 할 수 있다. 건물을 층층마다 돌아다니며 각종 영상기기와 최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구경하다 보면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 고 말했다. 김씨는 귀가길에 지하 2층 대형 할인매장에 들러 일주일치 먹을거리를 구입한다.

같은날 서울 동대문상가 프레야타운에서 만난 주부 김미현(31.경기도 남양주시)씨.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무더위도 식힐 겸 이곳에 자주 나와 최신 유행 경향을 살핀다. 김씨는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돌아갈 때가 많지만 오랜만에 집안 살림 걱정을 잊고 액세서리나 의류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물러간다" 고 말했다.

글=김성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 계획 꼼꼼해야 알뜰쇼핑

도심 피서지로 손색없는 각종 복합공간은 지하철을 타고 손쉽게 갈 수 있어 한결 편리하다. 센트럴시티는 지하철 3, 7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연결돼 있고, 코엑스몰은 2호선 삼성역, 테크노 마트는 2호선 강변역에서 가깝다. 동대문상가는 1호선 동대문역에 내리면 된다.

하지만 이들 공간에는 각종 위락.쇼핑 시설이 꽉 들어차 있기 때문에 계획없이 이것저것 즐기다간 과도한 지출로 후회하기 십상이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은 한결같이 "쾌적한 환경이 더없이 좋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 고 말한다. 따라서 해당 시설들의 인터넷 사이트나 안내 팸플릿 등을 통해 가격과 시설 정보를 꼼꼼히 살핀 뒤 계획을 세우고 가는 게 좋다.

승용차를 가져갈 경우 주차비로 수만원을 내야 하는 곳도 있으므로 인근 공영주차장 정보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파악해 놓아야 한다. 코엑스몰의 경우 건물 내부 주차료는 30분에 2천원이지만 5백여m 떨어진 송파구 탄천주차장은 7시간까지 2천원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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