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역할극'실습 청소년 고민 풀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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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늑한 마당이 딸린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2층 주택. 이곳 1층의 30평 남짓한 공간이 '늘푸른 성교육장'이다.

10대 청소년의 가출.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늘푸른 여성지원센터'가 지난해 3월 개장한 교육공간이다. 지금까지 700여명이 다녀간 이곳의 교육 목표는 '문제의 싹부터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학.간호학.사회복지학 등을 전공한 다섯명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대화형 성교육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성지식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와 상대방을 '관계'속에서 바르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청소년 성문제는 잘못된 관계와 그릇된 선택에서 비롯되거든요."

담당교사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배화정(32)씨는 세시간가량 진행되는 수업의 대부분이 담당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라고 강조한다.

교육장은 네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첫째 방은 자기의 몸과 성을 바로 알고 그 소중함을 배우는 공간이다.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어디까지?"라는 제목의 패널. '손잡기''키스하기''성적 상상''성관계' 등 다양한 성적 경험 중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것과 그 이유를 말하는 이 코너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와 책임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피임도구.피임법에 대한 설명과 실습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둘째 방인 '관계 만들기'는 나와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건강한 관계 맺기를 배우는 방이다. 벽 한쪽에는 '함께 산책한다''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포옹을 한다''결혼을 약속한다' 등 다양한 관계를 표현한 40여장의 그림카드가 붙어 있다. 참가자들은 그 중 나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고르고 서로의 욕구 차에서 오는 갈등과 그 해결법을 배운다.

작은 연극무대가 마련된 셋째 방은 역할극에서 배운 것을 실습하는 공간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내 가치관과 안 맞는 일이야, 고맙지만 싫어' 등의 거절 표현을 가장 어려워한다"면서 "의사 표현도 연습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햇살 가득한 뜰을 마주한 마지막 방에 도착하면 느낀 점을 정리하고 미래를 다짐하게 된다.

교육비는 무료이며 10명 이내의 학생.교사.학부모.단체가 신청할 수 있다. 02-322-1597.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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