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파업 찬반투표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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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경찰이 서울 구로구청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간부를 연행하고 있다. 전공노 구로구청지부는 8일 밤 파업 찬반투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으며 조합원 80%가 투표에 참가했다. 김상선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된 9일 전국 곳곳에서 투표를 막는 경찰과 공무원 조합원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날 시.군.구 등 전국 지자체에 경찰 2만5000여명을 투입해 전공노 55개 지부의 투표를 중단시켰다. 48개 지부는 자체적으로 투표를 중단했으며 104개 지부는 투표를 포기했다. 경찰은 서울 지역 1400여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약 2000명이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투표에 참여하거나 압수수색을 방해한 조합원 등 189명을 현행범(국가.지방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체포하고,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압수했다.

◆ 경찰과 몸싸움도=서울 성북구청에서는 조합원 1000여명 가운데 11명이 투표를 마친 오후 1시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자 노조원 및 참관인으로 나온 민주노동당 간부 10여명이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노동 3권을 보장하라, 부당한 압수수색을 거부하겠다"고 외치다 모두 연행됐다.

민노당 유선희.김종철 최고위원은 경찰의 영장 집행을 막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경북 상주대 지부에서는 전공노 간부가 38명의 노조원을 상대로 몰래 투표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투표용지를 모두 압수당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소속의 이갑용씨가 구청장인 울산 동구지부는 15분 만에 기습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끝냈다.

한편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전공노 김영길 위원장과 안병순 사무총장을 검거하기 위해 전담반을 편성하고 중앙 집행부 35명을 전원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 "투표.파업 강행할 것"= 전공노 정용해 대변인은 "경찰과의 충돌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10일까지 예정된 투표를 진행하고 1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들의 모임인 충북 단양군 지방행정동우회는 이날 '선배 공무원들의 입장'을 통해 "후배 공무원들의 파업 시도는 정의롭지도, 때가 맞지도 않으며 그들의 주장도 조건에 충족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반면 재경.농림부 등 11개 부처 직장협의회는 "정부는 공권력으로 공무원을 지배하려 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임미진.민동기.백일현 기자 <limmij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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