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중국에도 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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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기술.브랜드는 일본에 뒤지고, 가격경쟁력은 중국에 밀리고….

차세대 수종(樹種)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과 디지털가전 분야 경쟁력이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참 뒤져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중국이 급속도로 경쟁력을 갖춰가는 데다, 첨단 기술력은 좀체 일본을 따라잡기 어려운 때문이다.

◇ 중국에 밀리는 정보통신제품=첨단기술이 필요한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 밀리는 품목이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과 중국.대만 등 31개국을 대상으로 58개 정보통신 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순위 등을 분석한 결과 우리가 중국에 앞선 품목은 16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세계 1위 품목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D램 하나 뿐인데 반해 중국은 라디오방송 수신용기기 등 4개나 됐고, 5위 안에 들어가는 품목도 중국이 18개로 우리(9개)의 두 배나 됐다.

박위원은 "중국이 정보통신 분야는 우리를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며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급증세를 볼 때 우리가 앞서는 분야도 곧 추월 당할지 모른다" 고 말했다.

◇ 일본 못 따라잡는 디지털가전=캠코더.카메라.DVD 등 디지털가전 분야에서는 일본 업체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수입 자유화 이후 일부 품목은 국내 시장에서조차 확연히 열세다. 우선 신제품 수에서 밀린다. 디지털캠코더의 경우 올해 소니가 11개, JVC가 8개, 샤프가 4개의 신모델을 선보였고 DVD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도 업체에 따라 2~7개가 새로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디지털카메라 1개, DVD플레이어 2개만 출시했고 디지털캠코더는 지난해 나온 모델로 버티고 있다. 캠코더.카메라를 만들지 않는 LG전자는 DVD플레이어 3개만 판매 중이다. 용산전자상가의 상인 김진한(31)씨는 "소비자들이 엡손.올림푸스.소니 등 일본 제품과 코닥제품을 주로 찾는다" 고 말했다.

올 가을부터 본격화될 디지털TV 시장도 문제다. 한 일본계 전자업체 관계자는 "AV기기는 같은 브랜드로 구입하는 것이 상식" 이라며 "캠코더.DVD에서의 일본업체 우세가 디지털 TV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진단=경쟁력이 처지는 분야는 외국업체와 제휴를 하는 등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의 권혁기 연구위원은 "특히 디지털 가전제품은 제조기술보다 브랜드.마케팅 능력이 시장을 좌우하는 만큼 이 분야 육성이 시급하다" 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학상 수석연구원은 "모든 것을 다 하기보다는 기반 기술에 전력투구하는 '선택적 포기'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승녕.조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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